‘城東의 프란치스코’ 서울 금호동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
한국교회, 그래도 희망 있다! ②-2
며칠 있으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그는 검박하고 겸손한 행보로 지구촌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등장으로 가톨릭은 오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맘모니즘(mammonism)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 개신교계가 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 한국엔 ‘프란치스코’가 없을까? 필자는 감히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를 ‘성동(城東)의 프란치스코’로 부르겠다.
신학 內攻 깊은 목사
그렇다고 그가 빈민 구제에만 ‘올인’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는 기독교 교리에 정통한 목회자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나와 독일 뮌헨대에서 상담학을 공부했다. 그의 목회 철학은 ‘말씀과 나눔’(사도행전 6장)에 있다. 말씀이 먼저고 나눔이 다음이다.
그의 내공은 이력에서도 알 수 있다. 1985~89년 그는 두란노서원 산하 ‘생명의 삶’ 편집장이었다. 작년엔 11~12월 기독신문(예장 합동 매체)에 빌립보서 강해를 12회 연재하기도 했다. 오는 11일엔 모교 목회대학원 계절학기에서 ‘지역섬김과 현대목회’를 주제로 특강할 예정이다.
강해 위주의 그의 설교는 별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먹물’들에겐 비수처럼 꽂히는 강호 고수의 공격처럼 비치기도 한다. 다행인 건 그의 언변이 구수하다는 점이다.
그는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완고한 선지자적 견지다.
“주님께서 초대교회를 향해 질타한 것은 교회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았다.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 ‘따뜻하냐, 미지근하냐!’, ‘정통이냐, 이단이냐!’, ‘성스러우냐, 세속적이냐!’였다. 요즘 일부 대형교회를 상대로 펼쳐지는 개혁 운동은 한국판 종교개혁의 시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잇는다.
“일부 대형교회 목사가 교회 키우기에 몰두하면 당장은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그게 후일 그 큰 교회의 문을 닫는 단초가 된다면?”
“대형교회 목사의 逸脫, 교회 문 닫게 해”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덧씌워진 별호(別號)는 ‘프란치스코’다. 그의 프란치스코적 행적을 재 추적하자!
지난 2월 10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장에선 조촐한 기부금 전달식이 열렸다. 세바시 강연자들의 명언을 담은 ‘2014년 세바시 좋은 글 달력’의 판매 수익금 전액(1,400만원)을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호 목사에게 전달한 것.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은 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늘어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작은 운동으로,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며 독거노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는 착한 캠페인이다.
<지난 2월 10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표 강연 프로그램 CBS ‘세바시’ 강연에서 변상욱 콘텐츠 본부장(왼쪽부터)과 김봉진 (주)우아한 형제들 대표가 호용한 목사에게 ‘2014 세바시 좋은 글 달력’ 판매 수익금 전액(1천4백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노컷뉴스 캡처>
호 목사는 2000년대 중반 독거노인 한 분의 독거사를 발견해 장례를 치러드린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교회가 적어도 혼자 사는 분들에게 든든하고 따뜻한 이웃이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사랑 바이러스’를 퍼트리기도 했다. 2009년 말 할머니 한 분이 털실로 짠 방울모자를 잔뜩 들고 옥수중앙교회를 찾았다. 교역자들은 할머니가 누군지 금방 알아보지 못했다.
할머니는 “지난 5년 우유를 줘서 고마워 방울모자를 만들어 왔다”고 했다. 뜻밖의 선물에 교역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는 금언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안심 우유’ 받은 할머니, 털모자 들고 찾아와
옥수중앙교회는 서울 금호동 옥수동길 언덕 중턱에 서 있다. 1970년 교회가 세워질 때 이 동네는 몹시 가난했다. 재개발이 끝난 지금도 이곳저곳에 빈곤층이 적지 않다. 2001년 2대 담임으로 부임한 호 목사는 ‘지역을 살리는 교회’를 목회 방침의 우선으로 삼았다.
부임 초기 나이 많은 한 성도가 정착금으로 쓰라고 준 2천만 원을 종자돈(seed money)으로 장학복지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했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 쓰는 노인 성도들도 매달 1만 원, 2만 원씩 보탰다.
장학복지사업 역시 사랑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장학복지사업 계좌엔 매년 1억여 원 정도가 들어온다. 교인이 내는 장학복지헌금은 매월 4백만 원 정도.
그렇다면 나머지 6천만 원은 어디서 들어올까? 외부다.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등 지구촌 전역으로부터다. 이번 주에도 미국으로부터 3천 달러가 입금됐다.
옥수중앙교회는 이 기금을 12월 말까지 전액 소진한다. “다음 해 예산은 하나님께 맡긴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신기하게 다음 해에도 예외 없이 1억 원은 채워진다.
옥수중앙교회는 ‘3무(無) 시책’을 고수하고 있다. 사택이 없고, 사찰집사가 없으며, 사무원이 없다. 그 사명을 감당하는 이는 담임목사를 비롯한 부교역자들이다. 당연히 그들에겐 업무 부하가 세게 걸린다.
“교회 노조라도 만들어야겠다”는 필자의 견해에 호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청빙할 때, 반드시 확인한다. 감당하겠느냐고?”
<사과 드립니다>
필자가 ‘명량소리’(명성교회 성결회복을 위한 양심의 소리)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일꾼으로 섬기다가 보니 연재를 한 달 가까이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주 1회 게재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