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상 주교님께 드리는 글

김근상 주교님께 드리는 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성직자원

김근상 주교님, 대한성공회 선교 12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2017년은 한국사회 못지않게 우리 대한성공회 서울교구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작지만 청빈한 교회, 중용과 포용으로 열린 교회로 자랑삼았던 대한성공회가 구리요양원과 달개비 등 치리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고, 신앙의 열정과 선교 동력마저 약해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서울교구 성직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먼저 하느님과 교회 앞에 깊이 회개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교회를 바로 세우고자 다짐해 봅니다. 지금 이 시련이 하느님께서 우리 대한성공회를 뜨거운 불로 풀무질하여 불순물은 태워버리고 순수한 재료로 당신의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길 기도합니다.

   
 

2017년 1월 초, 갑자기 공개된 달개비 계약기간 연장계약서로 의혹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김근상 주교님께서 피선주교 이경호 신부님에게 업무 일체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하자 의혹이 커졌습니다. 상임위원회가 교구장 사임권고안을 내고, 구리요양원 해결방안 없이 납입금 마련을 위해 5억 원 대출을 결정했을 때 의혹은 불신으로 변했습니다. 교회 현장에선 신자들이 아우성치고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들로 성직자들의 사목과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으며 신실한 신앙을 이야기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교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지난 2월 16일, 성직자원은 무겁고 비통한 심정으로 서울교구 성직자 비상총회를 열어 교구현안 보고와 대책 논의를 장시간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순절 동안 참회기도를 드리고, 교회 평신도들에게 호소문을, 김근상 주교님께 즉각 사임 권고문을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지금 바로 서울교구장직과 관구의장직에서 사임하여 주십시오.

대한성공회 헌장 및 법규와 동일한 내용인 서울교구법규 ‘제4조 (교구장 주교의 직무와 권한) 2. 교회의 신앙과 사도적인 교훈 및 공교적인 진리수호’는 주교 직무의 중요한 부분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주교는 그 스스로가 교회의 신앙이자, 사도이며, 진리수호자입니다. 우리가 믿는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때가 다 되어 하느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고 하신 것과 죄인을 불러 구원해 주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죄인의 참된 회개를 하느님께서 기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작년 11월 제주도 성직자 연피정 강의 중에 김근상 주교님이 직접 구리 요양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말씀하셨지만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주교님의 그 말씀에 성직자들은 충격을 받았고 그 내용보다 태도에 더욱 실망했습니다. 교회에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으나 공적인 해명과 사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은 주교님의 피정 강의는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었으며 그 시간을 오용하신 것이었습니다.

성직자 연피정이 끝나고 바로 이어 교구의회가 열렸습니다. 교구의회는 서울교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구이며 교회공동체가 함께 식별하는 성공회의 귀중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떠돌던 달개비에 대한 의혹이 교구의회에서 제기되었고 달개비 계약서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교구의회가 폐회한 후에 알았습니다. 교구의회에 보고된 달개비 계약서는 유효하지 않은 것이었고, 2029년까지 기간 연장한 재계약서가 따로 있었음을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당일 참석했던 교구 대의원들에게 주교님은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사도들과 순교자들이 피 흘려 세운 교회를 주교님 스스로 무너뜨리고 계십니다. 몸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것 없이 교회갱신은 불가능하며 우리 대한성공회의 희망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서울교구 성직자들은 주교님의 진심어린 회개를 촉구하며 즉각 사임하는 것이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고 대한성공회가 거듭나는 길이라 믿습니다.

이제 주교님께서 이 현실을 통감하는 심정으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의 혼란과 불신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주교님께서 지닌 지위를 내려놓으시고 현직에서 물러나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한시가 급한 교회 현실을 인지하시고 결단하여주시길 거듭 요청 드립니다. 김근상 주교님과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의 도우심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2017년 2월 23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성직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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