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쉬 하이야와 생령, 그 가깝고 멂

              네페쉬 하이야와 생령, 그 가깝고 멂

이종록 교수 (한일장신대학교 구약학)

   
 


한스 발터 볼프는 <구약성서의 인간학>이라는 책에서, 히브리어 구약성서를 헬라어로 번역하는 과정에 히브리어 어휘들이 원래 의미를 잃고 헬라화한 경우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 예로 볼프가 제일 먼저 제시하는 단어가 바로 ‘네페쉬’이다. 네페쉬를 대체로 ‘영’으로 번역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네페쉬를 영으로 번역한다. 창세기 2장 7절을 개역개정판으로 읽어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생기, 즉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생명을 줌, 그래서 그냥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생령’으로 번역한 히브리어 ‘네페쉬 하이야’는 하나님이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서의 사람을 창조하셨음을 가리킨다. 네페쉬 하이야는 살아있는 인격체이며, 그래서 이 구절은 영육 이원론적인 인간관을 거부한다.

그런데 개역개정판은 네페쉬 하이야를 생령으로 번역하면서, "히, 생물"이라고 각주를 달아놓았다. 이 구절을 읽는 사람들이 "생령"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살아있는 영"으로 이해할 텐데, 히브리어로 네페쉬 하이야가 "생물"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그것을 각주 처리한 까닭은 무엇인가? 생물 또는 생명체인 네페쉬 하이야를 오해소지가 많은 생령으로 옮긴 까닭이 무엇인가?

더구나 생령을 살아있는 영으로 이해하는 것도 매우 자의적이다. 생령의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자.

1. 살아 있는 넋이라는 뜻으로, ‘생명’을 이르는 말.
이백여 년 동안 나라에서 길러 온 백성들의 생령을 왜적의 손에 모두 다 어육을 만들어 왔으니…. 출처 : 박종화, 임진왜란 그러나 무수한 생령들을 삼킨 채 이곳에는 지금 포화 대신 적막과 권태만이 연기처럼 가득 차 있다. 출처 : 홍성원, 육이오

2. 같은 말 : 생민(生民).
미천한 천만 생령들이 전하의 성총에 의지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출처 : 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이것이 생령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영이라는 의미의 생령이라는 말은 생경하다. 그리고 네페쉬 하이야를 생령, 즉 살아있는 영으로 번역하는 것은 칠십인 역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히브리적 번역이 아니고 헬라적 번역이라는 점에서 원래 의미를 왜곡시킨다. 표준새번역은 창세기 2장 7절을 이렇게 번역한다.

주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이 번역이 더 적합하다. 그리고 창세기 2장 7절에 나오는 네페쉬 하이야를 살아있는 영으로 번역할 수 없는 까닭은 그 구절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찾을 수 있다. 창세기 2장 19절을 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여기서 "생물"이 히브리어로 네페쉬 하이야이다. 그러니까 같은 말을 앞에서는 생령으로 번역하고, 뒤에서는 생물로 번역한 것이다. 네페쉬 하이야가 히브리어로 생물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번역자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번역한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표준새번역은 이렇게 번역한다.

주 하나님이 들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를 흙으로 빚어서 만드시고, 그 사람에게로 이끌고 오셔서, 그 사람이 살아 있는 동물 하나하나를 이르는 것이 그대로 동물들의 이름이 되었다.

표준새번역은 네페쉬 하이야를 문맥에 맞춰 "동물"로 번역했다.

네페쉬 하이야는 생명체를 가리킨다. 살아있는 영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가 네페쉬 하이야이다. 이제는 그 원래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 기독교 신학을 정립하는 데에도 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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