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과 농촌교회
이 원고는 지난 1월 25일 기본소득 예장연대 수도권 창립 대회(벽제 벧엘교회)에서 행한 이재욱 대표(기본소득 국민운동 농어촌본부 상임대표)의 강연 내용이다.
1, 기본소득 역사
기본소득은 18세기에 영국인 토마스 페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토마스 페인이 기본소득을 주장한 근거는 토지 배당으로부터 나온다. 토지는 원래 있던 것으로 인간이 생산한 것이 아니므로 모두의 것이다 . 이를 이용해 생산한 생산물은 생산자의 것이지만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그것은 모두에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여 사람들이 일할 권리를 빼앗기고 실업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가 안돌아가니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여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 2020년부터 닥쳐온 코로나 펜대믹으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세계 각국에서 자기 국민들에게 소득 보전과 소비 진작을 위해 코로나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고 우리나라도 전국민 재난 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지급한 바 있다. 이것을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인하였다. 지역화폐의 발행으로 골목상권이 활기를 띠었다. 식당과 미장원, 주유소, 동네 점빵과 편의점에서 매출 증대효과가 나타나고 이 돈이 돌면서 승수효과도 확인하였다.
![]() |
||
2, 농어촌 기본소득
우리 농촌을 세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무출생, 공동화, 초고령화 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은 60세 이상 노인들이 절반을 넘는다. 의약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어 마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지 삼 사십년 전의 평균 수명이었으면 대부분의 농촌은 빈 마을이 되어 있을 것이다.
농촌교회 목사님들 대부분은 최근에 장례예배는 했어도 유아세례를 집례하신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경부축에 사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70%가 집약적으로 몰려 살고 있다. 전남북, 경남북, 충남북, 강원 제주 넓은 8도에 나머지 인구 30%가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이다. 이건 매우 비정상적이다. 그런데도 수도권과 대도시의 인구 집중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렇게 불균형한 인구분포는 국토 관리와 국가 예산 배분과 집행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또 농촌과 지방에 사는 사람들 역시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고 권리의 불평등이 나타난다.
이렇게 농촌과 지방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농어촌기본소득이다. 농촌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하여 농촌 지역 경제도 살리고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이고 농촌으로 새롭게 이주해 오는 인구 유입 효과도 함께 노리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백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어도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몰락은 멈추지 않았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어촌과 지방의 회생을 위한 새로운 시도 – 어쩌면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한다. 농어촌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농촌 뿐 아니라 읍 지역의 경기도 살아나고 면에서도 사라진 편의 시설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된다면 새로운 인구 유입도 생길 것이다.
고령화와 교인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교회도 새로운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 농촌교회는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중고등부나 청년회가 사라졌다. 청년 장로는 전설이 되었다. 농촌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농촌교회가 살아나려면 농촌에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 노인들 만이 아닌 젊은 청년들과 장년들이 살아야 아이도 태어나고 교회를 다니는 주민들도 늘어난다. 은퇴한 노인들만 들어와서는 교회도 활기를 찾을 수 없다.
농어촌기본소득 운동은 인구 감소로 무너져가는 농촌에 사는 모든 주민들에게 매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건 누가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다. 농촌을 살리려면, 지방을 살리려면,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지급되어야 농촌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이농정책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농촌의 노동력을 빼서 수출공업의 싼 임금노동자로 쓰기 위해 농사지어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저농산물 가격 정책을 썼고 도시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문화, 의료, 교육, 경제가 집중되었다. 농촌은 우연히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과 지방을 살리는 것은 정책적이어야 한다. 농촌을 희생시켜 경제를 일으키고 선진국이 되었으니 선진국의 농촌답게 우아하고 살기 좋고 행복한 농촌, 사람들이 살고 싶은 농촌, 농사를 지어서도 생활이 가능한 농촌 이런 농촌이 되려면 도시에서 거둔 세금을 농촌을 위해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유지된다.
3. 올해는 농어촌기본소득 원년의 해
2022년 3월에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경기도는 2020년에 경기도의 인구 감소로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면을 대상으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설계하였다. 지난해에는 조례를 만들었고 또 예산을 세웠다. 경기도에도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면이 여러 개가 있다. 그 중에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역으로 신청한 면 중 4개의 적합지역 면을 정하고 추첨으로 선정된 면이 청산면이다. 청산면은 인구가 4천명이 약간 안되는 작은 면이다. 경기도의 변방에 있어서 우리나라 농촌의 일반적인 상황과 비슷하다. 이 지역에 앞으로 58개월 동안 모든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씩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청산면에도 식당도 있고 미장원도 있고 주유소도 있고 교회도 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주유소는 매출이 얼마나 오르는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지 인구가 늘어나는지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효과를 확인할 것이다. 관심이 가는 곳 중 하나가 농촌 교회이다. 농촌교회 목회자 부부는 연세가 얼마나 되었을지, 자녀들은 같이 살고 있는지, 교인들은 얼마나 될지. 예를 들어 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둔 목회자라면 기본소득으로 매달 60만원을 받을 것이다. 교인이 30명이라면 매달 45만원의 십일조 헌금이 더 들어올 것이다. 목회자 가정의 가계 경제도 나아지고 교회의 선교를 위한 재정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경기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연천군 청산면의 사례는 우리가 요구하고 목표로 하는 농촌기본소득 30만원 지급은 제도의 작은 시작일 뿐이다.
4. 가능한가?
우리나라의 지방소멸지역 인구 모두에게 처음부터 월 3십만원씩 주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월 10만원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 지자체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 지역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121조에 농지는 농민만 소유할 수 있는 경자유전의 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농지의 절반이 비농민 손에 넘어가 있다. 이들 비농민 소유의 농지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중과세를 히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내려보낸 예산을 합리적으로 아껴 써서 남긴 예산을 순세계잉여금으로 다음해 지방정부 예산으로 이월시켜주고, 토지 특히 농지나 임야를 개발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금중 일부를 환수하여 농어촌기본소득 예산을 세울수 있다. 최초 시작 단계의 금액이 우리가 목표하는 것 보다 작을 수는 있어도 정책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농촌기본소득 운동을 하러 지방을 다니면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분들이 있다. 기본소득 – 농어촌기본소득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농어촌기본소득을 요구해 봐야 헛 일이다. 기본소득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농어촌기본소득 먼저 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마을 주민, 내 교회와 내 교회 교인들을 위해 하는 일이다.
손이 시려우면 장갑을 낀다. 농어촌기본소득도 그런 것이다. 피폐해진 농촌에 기본소득으로 부흥을 하려는 건 시린 날 장갑 끼는 것과 같다. 장감을 끼려면 장갑이 들어있는 서랍을 뒤져야 한다. 장갑없는 서랍은 종일 뒤져야 소용이 없다. 오래 기도하고 매달릴 일이 아니다. 농촌과 농촌교회는 해가 다르게 바짝바짝 마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제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