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의 망령

명백한 운명(Menifest Destiny) 의 망령

‘문창극 사태’의 이면

/ 안맹호 목사(장신대, 미국 피닉스 인디언 사역자) 

   
 

2009년 7월 미국 성공회 총회에서는 특이한 결의를 한 바 있다. 소위 백인들이 대륙을 점령할 당시에 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웠던 ‘발견주의원칙'(Doctrine of Discovery)이 인간의 욕망에 의한 잘못된 것이었다는 고백적 결의였다.

한 달 뒤(8월) 미국 연방상원에서는 인디언 역사와 관련하여 저질러진 다양한 잘못에 대해 미국 정부는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세기 미국의 여론은 물론 교회의 지지까지 등에 업고 인디언 지역을 잔인하게 점령하면서 그 행위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용어는 1845년 전후로 대륙 점령의 명분으로 사용되었던 탐욕의 정신이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지난 세기의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왜곡했던 역사를 뉘우치며 눈물로 회개하고 있는 중이다.

2012년 4월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총회에서는 Act of Repentance라는 중요한 행사를 가졌다. 인디언 역사와 관련하여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회개의 실천’으로 나아가자는 인디언 출신 신학자 Dr. George Tinker 목사가 인도했던 회개와 고백의 시간이었다. 그것도 교단 총회 석상에서…

왜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가? 과거에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보니 신앙의 왜곡이었고, 탐욕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던 죄악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문창극이라는 한 사람의 문제로만 생각하기에는 이 뿌리는 깊다. 지배자가 약자들을 이용할 때 자신의 논리를 따르도록 길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북스러운 일들을 대신해 줄 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patron-clientism 또는 patron-client relationship이라고 부른다. 친일파의 과잉충성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적절한 보상을 받아 먹는 댓가로 강자의 논리를 스스로 정당화시켜주는 일이다.

기독교의 역사는 정의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세기의 일들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과거의 교회가 잘못을 저지른 책임이 있다면, 오늘의 교회는 그 잘못을 나의 것으로 알고 고백하고 회개해야 하는 것이다.

강자의 논리를 정당화해주었던 ‘발견주의 원칙'(Doctrine of Discovery),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용어는 지금 자취를 감추었지만, 아직도 망령이 되어 떠돌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소란스럽게 하는 문창극의 발언은 전형적인 patron-clientism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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