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상습 거액 외화 밀반출’(1)
팩션(faction)으로 본 한국교회 민낯
▼한뫼 이성산(李聖山)
이 글은 한 추리작가가 최근 일부 대형교회의 갖가지 비리 부정에 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보내온 팩션입니다.
일부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도(道) 넘은 일탈(逸脫)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구는 거액의 자금 유용으로 실형(2014년)을 받았는가 하면(그러고도 법원은 “피고의 사회적 공헌을 감안했다”며 집행유예를 때린다), 누구는 “박원순이 시장에 당선되면 서울 전체가 빨갱이 세상이 된다”는 망언(2011년)으로 노골적인 편파 선거운동을 했다.
더 고약스러운 건 교인들이 하나님께 바친 연보(捐補)를 제 맘대로 주무르는 것은 물론, 사금고(私金庫)까지 만들어 축재(蓄財)하는 거다. 그런데 축재로 축제(돈 잔치)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다. 쟁여놓은 돈을 외화로 바꿔 해외로 빼돌리는 것. 국제적 수사 대상이다.
성지순례 교인들에게 달러 배분→회수
소설가 구보(仇甫)는 5일 낮 서울 장안평의 한 식당에서 그가 W교회에 출석할 때 자별하게 지냈던 고교동창 B를 만났다. W교회 안수집사로 23년 째 차량봉사를 하고 있는 B는 동갑내기 교인 A를 동반했다. 소찬(素餐)으로 칼국수를 시켜 먹는 도중, 건설업에 종사하는 A가 말했다.
“요즘 우리 담임목사님 비자금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개연성이 있긴 해. 2004년 터키 성지순례 때였어.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행 주무 격인 장로가 일행에게 미화 9천여 달러씩 맡기는 거야. ‘현지에서 쓰라고 교회가 용돈을 주나보다’ 생각했지. 그런데 항공기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에 도착해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온 직후, 달러를 배분했던 장로가 일행으로부터 달러를 회수해 가더라고. 당시 성지순례에 참여했던 인원은 100명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 돼.”
그날 저녁.
구보는 판사 출신의 이 교회 전 장로 S로부터 차나 한 잔하자는 전화를 받는다. 구보와 S는 한 때 W교회의 요셉아카데미라는 영재학교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구원파’(일명 기독교복음침례회) 집회에서 간증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 때문에 수년 전 장로직을 박탈당하고 출교(黜敎)당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껏 W교회 주일 1부 예배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다.
해외 집회 출국 전, 교인들에 9천여달러 씩 배분
잠실롯데월드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2009년 경험했던 얘기를 했다.
“2009년 담임목사의 미주 선교집회에 나섰을 때. 당회원의 일원으로 동행했어요. 인천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데, 부(副) 재정장로를 맡고 있던 L장로가 장로들에게 9천여 달러씩 나눠 주기에 옆의 장로에게 ‘이게 뭐냐?’ 물었죠. 그랬더니 ‘교회가 시키는 일이니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 반문하는 거예요.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마친 직후, L장로가 배분했던 달러를 회수해 가더군요. 당시 일행은 장로 부부 50여 명이었어요. 일행 중엔 작고한 재정장로 Y도 있었고요.”
W교회 교인들은 외화 밀반출 ‘운반책?’
7일 구보는 집필 중인 ‘KLO부대 용사들 어디갔나!’에 가속을 붙이기 위해 아침 일찍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로 나왔다. 사무실 도착 직후 R이라는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깐 만날 수 없을까요?”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W교회 안수집사라고 자신을 밝힌 그.
“2000년대 초부터 박수완 목사님의 해외선교집회에 여러 차례 따라갔죠. 갈 때마다 인천공항에서 동행한 교인들에게 달러가 배분됐고, 현지 도착 후 재정담당이 달러를 회수했습니다. 목사님의 해외집회에 동행하는 교인들은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더군요. 그땐 저도 그랬어요.”
W교회 담임목사 박수완은 1년에 6~7회 ‘선교집회’ 또는 ‘성지순례’ 명목으로 외유(外遊)에 나선다. 수행인원은 40~50명. 성지순례의 경우 3백 명을 웃돌기도 한다. 이 땐 전세 국적기가 동원된다. 2005년엔 남미 선교집회라는 명목으로 교회를 1개월 여 비우기도 했다. 이 때 전권을 휘두른 이는 ‘새끼 박수완’으로 불리는 맏사위 L이다.
박수완의 맏딸 드보라와 맏사위 L(현 분당W교회 담임목사), 차녀 글로리아와 둘째사위 J(현 성령의료재단 이사장) 등 두 자녀와 사위는 1992~96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체류한 바 있다. 맏사위는 1999년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미시간 호를 사이에 두고 시카고와 마주보고 있는 도시) 소재 캘빈신학원에 유학, 학업을 마친 후 시카고 한인교회 부목사를 거쳐 2002년 귀국, W교회 행정처장으로 시무했다. 둘째사위는 시카고에 있는 정체불명의 커뮤니티대학을 나왔다.
박수완 목사 자녀, 시카고 인근 장기 체류
목회자의 외화 밀반출 적발 사례는 박조준(80) 목사 사건이 대표적. 당시 영락교회 담임이었던 박 목사 부부는 1984년 7월 17일 해외선교집회 차 출국 직전 김포국제공항에서 체포돼, ‘20만 달러 밀반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구치돼 있던 박 목사는 8월 2일 병보석 신청으로 풀려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후에 유야무야됐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6·25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한 박 목사는 후일, 사건이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표적 수사였음을 증언한 바 있다. “5공 정권의 협조 요청을 몇 차례 거절했다. 국가 조찬기도회 설교까지 요청 받았지만 ‘영감이 안 온다’고 거절하자 이 사건에 휘말렸다”고 했다.
재벌가 외화 밀반출과 판박이
재벌가 인사의 외화밀반출은 1993년 적발된 최태원(현 SK회장)․노소영(아트센터나비 관장)의 거액 외화밀반출 적발이 대표적 사례. 당시 최‧노 부부는 20만 달러 가까운 거액을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소지한 혐의로 돈을 몰수당하고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들 부부는 1990년 2월 1~6일 미국 11개 은행에 19만 2,576달러를 분산 예치하다가 은행 앞에서 잠복 중이던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적발됐다. 수사 요원은 최태원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스위스은행의 ‘띠지’가 묶인 달러 뭉치를 발견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은 FBI가 가택수색에 나서자 “나는 한국대통령의 딸”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최‧노는 1993년 1월 15일 미연방법원 캘리포니아 북부지원에서 재판이 시작되자 2주 뒤인 1월 27일 19만여 달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함과 동시에 유죄를 인정했으며, 5월 5일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노는 2001년 3월 26일 당시 담당판사였던 제임스 웨어 판사에게 19만여 달러 반환 신청을 했으나, 캘리포니아 북부지원은 5월 16일 최ㆍ노의 반환신청을 기각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한ㆍ미 사법공조협정으로 수사 가능
미국 연방 재무부(Department of Treasure)와 연방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은 마약거래 대금의 돈세탁(money laundering)과 북한 등 적성국의 불법 자금거래(illegal fund transaction)을 차단하기 위해 9천여 달러 씩 쪼갠 달러가 지속적으로 입금되는 수상한 계좌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결정적 증거가 포착될 경우 즉각 수사에 들어간다. 한국과 미국은 한미사법공조협정을 체결해 놓고 있다.
天網恢恢疎而不漏(하늘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착한 이에게 선을 주고 패악자에게 殃禍 내리는 걸 조금도 빠뜨리지 아니한다)-『老子』73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