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인간화로!
양재섭(필휴먼사회통합연구원장. 대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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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뉴스들이 온통 싸우는 소식들이어서 인류가 갈등으로 멸망하는 것은 아닌지 섬뜩 공포감이 든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갈등지수가 2위에 올라있고 소모되는 갈등비용이 국가예산에 견줄 만하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흔히 한국사회가 계층갈등,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에 시달리고 있다고들 이야기하는 데, 이들이 서로 뒤엉켜서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하다. 학자들의 분석이고 보면 그러려니 싶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정치권이나 언론이 부추기는 느낌이 있어 개운치 않기도 하다.
일단 모든 유형론(typology)이 사유의 단순화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논리를 인정하면서도 보통의 사람들이 웬만큼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혼자서 다르게 고집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해방 후 한국 현대사회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주도 세력들을 소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나누어 보는 관점은 꼭 학술적으로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제법 상식처럼 통용되는 눈치이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을 갈등구조로 몰아가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화세력은 보수세력이고 우파이며 친미 친일주의자들이고, 민주화세력은 진보세력이고 좌파이며 반미주의자이고 심지어는 종북세력이라는 규정까지 덧붙여진다. 여기에 망국적 지역론까지 거들고 나선다. 그야말로 극단적 단순화의 전형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제 정신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정말로 모든 국민을 산업화적 의식을 가진 사람과 민주화적 의식을 가진 사람의 두 부류로 분리시켜 서로를 적대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일반적으로 생명과학에서 논의하는 생명의 특성은 한마디로 ‘다양성 안에서 통일성과 통일성 안에서 다양성(Unity in Diversity, Diversity in Unity)’을 갖는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생명의 특성에 비춰 볼 때에 온 국민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정말 생명체인 사람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 한 생명체 안에서 왼팔과 오른팔이 서로 휘젓고 싸우는 풍경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일 것이다.
통합의 능력이 있어야 생명이고 사람이다. 이제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땅에 경제적 부흥을 위해 부단히도 애쓴 산업화 역군들과 인권과 민권을 위해 투신한 민주화의 역군들 모두가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질주하면서 생긴 실수들에 대해서는 이제 관용으로 재평가보자. 성숙된 인간화작업을 통해 통합적 사고를 이끌어내고 인간다운 삶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굳이 프랑스 사람들의 똘레랑스(tolérance)나 유가(儒家)의 대동사상(大同思想)을 차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이기도 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완성을 향해 달려간다면 생명적 인간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절묘하게 통합하면서 인간화를 완성해 보자. “산업화란 ‘밥 좀 먹자는 것’이고 민주화란 ‘말 좀 하자는 것’이다.”라는 정성헌 한국DMZ평화동산 이사장의 아주 소박한 표현이 생각난다. 똑 같이 중요하고 양쪽이 다 포기될 수 없는 발전요인들이다. 어설픈 양비양시론(兩非兩是論)이나 좋은 게 좋다는 우유부단한 언표 정도로 평가절하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인간화는 ‘사람 좀 되자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바야흐로 이 시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서 인간화를 완수해내야 할 때이다. 인간화는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통합하는 신비한 방책으로 작동하여 민족의 미래에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나사렛 예수 안에서 결정적으로 한 번 실현된 참 인간성(true humanity)"을 우리 안에서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그리스도 오심의 참뜻을 깨닫는 일이다. 성육신 사건은 하나님의 인간화 선언에 다름 아니다. 2013년 성탄의 계절에는 모든 성도들이 참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여러 가지 언짢은 일들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오명을 탈출하여 진정으로 한국사회의 인간화를 완성하고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역동적 활력을 기도하는 마음 간절하다.
<교수신문에 실린 칼럼을 수정하여 게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