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청소 노동자와 중립 총학생회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와 중립 총학생회

서울여대(총장 전혜정) 은 1923년 PCK 12차 총회에서 결의하여 설립이 된 이래 1958년 정의학원으로 그리고 1960년 서울여대로 설립을 허락받아 1961년부터 4년제 여자대학으로 정식 출발을 한다. 초대 총장 고황경 박사의 노력으로, 기독교여자대학으로서 농촌학과를 개설하는 등 여성지도자들을 배출하게 된다. 이렇게 서울시에 위치한 여대로서 다른 여대에 비하여 조용히 성장해온 서울여대가 요즘 또 다른 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모든 학교가 그렇듯 이 학교에도 청소와 경비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여대를 포함한 14개 대학과 20개 용역업체와 집단교섭을 진행하여 서울여대를 제외한 13개 대학과 ▲시급 6천 5백 50 원(350 원 인상) ▲식대 10만 원(1만 원 인상) ▲명절 상여금 연 2회 40만 원(4만 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이런 임금 인상안을 가지고 지난 4월 2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는데 현재 8일째 농성과 파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학교 측이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조합원들에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계약직들도 120여만 원 밖에 못 받고 있다’는 말뿐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며 "학력이 낮은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에게 학교 측이 정한 임금 이상은 결코 줄 수 없다는 전근대적인 사고" 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여대 측은 임금 삭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학교 예산에서는 오히려 지난 해 시급 5천 7백 원에서 6천 원으로 오히려 인상된 것"이라며 "지금 학교는 모든 부문에서 예산을 대폭 줄이는 상황이라 교직원들이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데 용역 부문만 6.9% 인상했다"고 반박했다. 용역 업체 관계자는 "학교 예산에 우리 쪽 예산을 더해서 시급 6천 2백 원을 지급해왔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지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단체협상안을 놓고 학교 당국에 대하여 파업을 하고 있는 데 난데없이 여대 총학생회가 끼여들어 큰 문제로 비화가 되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매년 치러지는 서랑제(축제)를 위해 학교내에 노동자들이 설치한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 축제 전날까지 철거되지 않자 직접 철거하였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 축제 환경 조성을 위해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청소노동자들은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다는 학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전날 학교 측에 학생들의 축제 행사는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네티즌들에게서 난리가 났다. 최근 연세대 국제(송도)캠퍼스 청소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지지를 보내준 연대 학생들에 대한 감사 대자보를 붙여 화제가 된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막막한 우리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학생들의 연대와 지지는 어두운 동굴 속 등불과 같았고 사막의 오아시스였다”고 적었다. 이어 “공부만 하고 주위를 챙길 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명문은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학 청소 아줌마들은 사실 귀족노조와는 거리가 먼 ‘저연봉 비정규직’으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다. 용역계약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 문제로 고통받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이런 대처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학생들도 맞닥뜨릴 문제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이렇게 되자 동문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도 시작 되었다. 한 동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서울여대 곳곳… 뭐지? 축젠가? 했다가 절규담긴 리본들이었다는 걸 알고서는 한 숨이 나왔다. 미화 노동자분들의 싸움이 1년 여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하다. 답답하고 원통한 하소연이 이곳 저곳에 새겨져 있다. ‘서울여대, 다른 대학보다 가난하지도 악질도 아닙니다.’ (나는 이 문구가 왜 이리 마음 아프냐 ㅠㅠ) 오늘 새벽이슬 후배들과 함께 이 문제를 놓고 기도했다. 발제문에 기도제목으로 써온 친구, 어지러져 가는 교실을 보며 후배들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다가오는 축제에는 그 분들의 힘 없는 외침에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했다. 지혜로운 합의점이 찾아지도록, ‘하나님 사랑’이 그분들에게까지 드러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지도록! 더불어 학생, 교수, 교직원이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당연시하지 않도록….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모교 되길 간절히 바란다."

   
 
   
 

대학생의 또 다른 글도 있었다. “저는 서울여대 재학생입니다. 새벽이 되도록 잠도 안 옵니다. 입학한 이래로 오늘 가장 우리학교가 창피스럽습니다… 처음엔 내가 원했던 학교도 아니었고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애착가지려고 했고 내 공부가 재밌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친구들과의 학교생활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오늘 터져 버렸다. 사건도. 내 마음도. 울음도. 울분도. 마음이 찢어진다. 총학생회 여러분. 여러분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청소 노동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그리고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에게 사과하세요. 그리고 더 이상 이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총학다운 행동을 보이셔야 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지우 서울여대 총학생회장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실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노동자분들의 의견을 무시해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학생들로 입장에서 보면 1년에 한 번 있는 대학 축제가 이런 문제없이 치러진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 주장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 축제가 생겨난 배경 중에는 대학의 엘리트들의 자족 놀음이 아닌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도 있다. 80년대 대학 축제가 ‘대동제(大同祭)’로 부르게 된 이유다. 학생들의 놀 권리도 중요하지만 학원을 구성하는 이들의 현실과 권리에 대하여 인정하는 공감과 배려도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큰 배움을 받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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