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대주교에 최초로 여성사제가

 

   
 

영국 성공회의 최고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에 사라 멀랄리(Dame Sarah Mullally) 여성 주교가 선출됐다. 1,500년 역사를 지닌 성공회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선출된 것이다. 런던 주교였던 멀러리(63)는 전직 이 간호사로, ‘왕실 지명 위원회’(Crown Nominations Commission, CNC)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정으로 10월 3일 오전 10시경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서 공식 발표되 전 세계 8,500만 성공회 신자들의 상징적 지도자가 된 것이다. 

멀랄리 대주교 지명자는 2026년 1월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열리는 ‘선출 확인 의식(Confirmation of Election)’을 통해 법적으로 직위를 승계할 예정이며, 이후 왕에게 공물을 바치는 의식을 거쳐 공식 취임할 계획이다. 이는 전임자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대주교의 2024년 11월 사임 이후 거의 1년 만의 후임 선출로, 교회 내 보호 정책 실패 스캔들이 촉발한 개혁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맨체스터의 한 유대교 회당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에 대해, 그녀는 "어떤 종류의 증오와 인종차별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교회는 "반유대주의에 맞서 유대인 사회와 함께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멀럴리는 또한 영국 국교회 내부의 "권력 남용"에 대해  "그것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멀랄리 간호사에서 주교로

멀랄리 대주교 지명자는 성공회 내에서 ‘안전한 선택(safe pair of hands)’으로 불릴 만큼 안정적이고 진보적인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이력은 의료와 신학의 독특한 융합을 보여준다. 1962년생인 멀랄리는 젊은 시절 런던 병원에서 암 전문 간호사로 활동하며 환자 돌봄의 최전선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0년대 후반, 그녀는 영국 보건부에서 환자 경험 국장(Patient Experience Director)으로 근무한 후, 1999년 영국 간호사 수석관(Chief Nursing Officer for England)에 임명되며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이 직위에서 그녀는 국가 보건 서비스(NHS)의 간호 정책을 주도하며, 환자 중심 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1년, 멀랄리는 사우스 이스트 신학 교육 연구소(South East Institute of Theological Education)에서 신학 훈련을 받고 성공회 안수 사제(ordained priest)로 임직했다. 이는 그녀의 ‘유일한 소명(one vocation)’으로서의 신앙 여정을 상징한다. 2004년 보건부 직위를 사임한 후, 런던 서튼 교구에서 전임 사역을 시작했으며, 200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간호 및 산파학 분야 공로로 ‘데임(Dame)’ 작위를 수여받았다. 2017년, 그녀는 리비 레인(Libby Lane) 주교의 2015년 첫 여성 주교 안수 이후 성공회 여성 역할 확대의 상징으로 런던 주교(Bishop of London)에 임명됐다. 이는 성공회 내 세 번째로 중요한 직위로, 2018년부터 상원(House of Lords) 의석을 차지하며 국가 정책에 목소리를 내왔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멀랄리는 2017년 취임 당시 “NHS와 교회에서의 두 경력을 가졌지만,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하나의 소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특히 2023년 동성 커플 축복 허용 투표에서 “교회의 희망의 순간(moment of hope)”이라 평가하며 진보적 입장을 드러냈으나, “많은 이에게는 부족하고, 다른 이에게는 과도하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은 교회 내 보수-진보 갈등을 중재할 적합한 리더로 그녀를 부각시켰다.

대주교 선출 과정은 엄격해 

캔터베리 대주교 선출은 영국 왕립 전통에 뿌리를 둔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CNC는 17명의 투표 멤버(주교 5명, 성직자 5명, 평신도 7명)로 구성되며, 전 MI5 국장 조나단 에반스(Jonathan Evans) 경이 의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2/3 이상 다수결로 후보를 선정하며, 이를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에게 제출한 후 찰스 3세 국왕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이 과정은 헨리 8세의 로마 가톨릭 탈피 이후 왕이 교회 수호자(Supreme Governor)로서의 역할을 상징한다.

이번 선출은 웰비 대주교의 사임으로 촉발됐다. 웰비는 2024년 11월, 존 스미스(John Smyth) 목사의 1970-80년대 아동 성추행 사건 은폐에 대한 ‘마킨 리뷰(Makin Review)’ 보고서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임했다. 보고서는 2013년 교회 최고위층이 사건을 알았음에도 적절한 대응을 미뤘다고 지적하며, 웰비 개인의 “깊은 수치심(profound sense of shame)”을 강조했다. 공석 기간 동안 요크 대주교 스티븐 코트렐(Stephen Cottrell)이 임시 직무를 대행했으며, CNC 투표 멤버로 참여했다.

2025년 초 캔터베리 교구가 발표한 직무 설명서는 “최고 수준의 청렴성과 약자에 대한 자비를 가진 종의 지도자(servant leader)”를 요구했다. 에반스 의장은 7월 “백인, 옥스브리지 출신, 남성, 남동부 출신 후보 목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양성을 촉구했다. 멀랄리는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며, 여성 주교 허용(2014년 개혁)의 산물로 선정됐다. CNC는 비밀 회의를 통해 후보를 검토한 끝에 멀랄리를 최종 추천했다.

여성들과 소수자들의 환영 

선출 발표 직후, 멀랄리 지명자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이 순간의 기쁨을 공유한다. 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한 것”이라며 “모든 전통의 사역이 꽃피울 목자(shepherd)가 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교회가 국가 삶의 직물 일부”라며 “함께 일할 기대”를 표명했으며,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은 “자애롭고 배려 깊은 선택”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교계 내 반응은 엇갈린다. 성공회 내 보수파는 여성 지도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앵글리칸 커뮤니언의 아프리카·아시아 교회(전체 신자의 70% 이상)는 동성 축복 이슈로 이미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사학자 디어마이드 매컬록(Diarmaid MacCulloch)은 웰비 사임을 “1,427년 만의 전례 없는 사건”으로 평가하며, 멀랄리의 리더십이 “교회의 실패와 불의를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성공회 기원

성공회(聖公會)는 16세기 잉글랜드의 개신교 종교개혁에서 기원한 기독교 교단이다. 역사적으로 ‘로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티즘의 양 극단을 피한다’는 정신을 모토로 한 중용(via media)을 표방해왔으며, 잉글랜드 성공회의 공식적인 모토도 ‘개혁하는 보편교회(Reforming Catholic Church)’이다. 165개국에 걸쳐 약 1억 2,000만 명의 교인이 있다. 한국의 성공회는 대한성공회라고 부른다.

다른 개신교 교파들과 구별되는 역사적 배경, 독자적인 특성과 전례 때문에 성공회를 개신교와 별개의 교파로 보는 관점도 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종파인가 교파인가’ 항목 참조. 그러나 성공회는 영국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중용의 길'(Via media)을 모토로 엄연한 종교개혁의 신학과 신앙을 점진적으로 받아들였고, 교황의 수위권을 거부하기[10]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광의의 범 개신교로 분류된다.

성공회는 감리회, 침례회, 장로회의 일부와 뿌리를 공유한다. 이들 교파가 성립된 배경이 된 잉글랜드 종교개혁은 유럽대륙의 종교개혁과는 다소 독립적이고, 이들 교파들은 ‘잉글랜드 국교회’로서 성공회가 국교였던 배경에서 성립되었다. 감리회와 침례회는 성공회가 잉글랜드의 국교였던 시절 이를 극복하는 과정(비국교파)을 교단의 시발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성공회의 발상지인 잉글랜드에서는 1534년 수장령(Act of Supremacy) 이후 오늘날까지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늘 국교회(established church)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잉글랜드 성공회는 곧 잉글랜드 국교회(Church of England, C of E)로 불린다.

성공회는 영국의 제국주의 및 영토 확장에 힘입어 영연방 국가에서는 가장 많은 교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기독교 교단이며, 호주에서도 가톨릭과 1:1의 교세로 맞서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가톨릭의 뒤를 이어 두번째로 큰 기독교 교단이자 개신교 교단 중 가장 신자가 많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신도수만 1,800만명으로 큰 교세를 지니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6번째로 큰 기독교 교단이다.

특히 영미권 지역에서 성공회는 이들 사회의 문화/종교적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성공회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영국이나 뉴질랜드처럼 성공회가 기독교 교단 중 교세가 제일 많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캐나다나 호주처럼 가톨릭에 교세가 약간 밀리는 곳들도 백인 상류층들은 거의 절대다수가 성공회를 믿는다고 할 정도로 뿌리깊게 박혀있다.

미국에서는 기독교 교단 중 제일 많은 12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워싱턴 D.C.에는 국립 대성당(Washington National Cathedral)이 있는 등 교세와 인지도가 높다. 미국의 주류 7대 개신교(Seven Sisters of American Protestantism) 중 하나로 분류된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도 적잖이 많은 신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홍콩에서는 신자 수 약 2만 9천여 명으로, 교세가 크지는 않으나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독교 교단이다. 구 하와이 왕국과 메리나 왕국 그리고 독립 전 아일랜드의 국교였다.

성공회 역시 가톨릭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개신교 교파에 속한다. 성공회가 가톨릭처럼 주교제를 실시하므로 다른 개신교파와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교회 제도와 개신교인지 여부는 별개이다. 성공회와 다른 개신교파들의 차이를 논하자면 주교제의 유무보다는 교회론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전례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성공회와 개신교를 마치 다른 교파로 보기도 한다.

루터교회 역시 형식은 가톨릭과 비슷해, 주교가 있는 교단도 있다. 하지만 성공회와 유사하게 역사적 주교제의 맥락에서 주교제를 실시하는 교단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장로회와 유사한 구조의 교단도 있고, 심지어 몆몆 교단은 회중제를 실시하는 곳도 있어서 성공회와 구조가 크게 다른 교단도 존재한다. 북유럽의 국교회 루터교를 예외로 놓고 보면, 주교제를 실시하는 루터교 교단들도 회중제 및 장로회의 요소가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앙집권적인 성격이 강한 교단이라도 전부 다 주교제를 실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역교회(Landeskirche)라는 개념을 중시하기 때문에 교회 구조가 크게 중시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장 한국 루터교회만 해도 주교제가 아니다. 장로회나 침례회보단 중앙집권적 성격이 많이 강하긴 해도. 그리고 심지어 주교제가 실시되는 경우에도 개교회의 자치와 개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예장뉴스

예장뉴스 관리자 계정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