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신학에서 본 노동

 

                     성서와 신학에서 본 노동

 

김정철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 학력
· 호남신학대학교 졸업
· 장신대 신대원 졸업
· 한신대학교 대학원 신학석사,신학박사(구약학)
– 경력
· 2004 ~ 2008 한신대 신학대학원 외래교수
· 2006.3 ~ 2012.2 장신대 겸임교수
· 2012.3 현재, 장신대 외래교수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이스라엘의 노동현실

   ⑴ 노동자 유형    ⑵ 강제노역    ⑶ 예언자의 반응

3. 구약의 노동이해

   ⑴ 노동법    ⑵ 노동관   ⑶ 전도자의 반응

4. 신약의 노동이해

   ⑴ 예수의 노동    ⑵ 바울의 노동    ⑶ 성례전적 노동

5. 나가는 말

[참고문헌]

 

1. 들어가는 말

고대사회에서 노동은 식량을 생산하는 수단이었다. 누구도 이 노동에서 예외가 없었다. 대부분 고대인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일했고, 땅을 개간하여 식량을 거둬들였다. 심지어 어린이들조차 가정이나 들에서 그들의 부모를 도와 일했다. 그들이 일했던 업종은 목축업, 어업, 금속 제련공, 직물업, 건축업, 농업, 올리브유 생산, 제분업, 장례업, 그리고 가사 등이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말 성서에 의하면, 가인, 아다, 야곱, 다윗 등은 목동이었고, 아벨, 노아, 아모스 등은 농부였으며, 유발은 금속 제련공이었고, 베드로와 안드레는 어부였으며, 바울은 천막 제조업자였고, 예수께서는 목수였다. 성서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갔던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성서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며, 하나님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자신을 계시하시며 백성들에게 말씀하시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성서에, 오늘 우리가 직면한 실업문제, 비정규직 확산, 그리고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노동자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하나님의 응답이 진술되어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여기에 이 논문의 목적이 있다. 즉 이 논문은 성서에 나타난 노동과 노동자의 문제를 연구함으로 오늘 우리의 노동과 노동자 문제, 특히 실업과 비정규직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이 응답은, 이 논문을 발제한 후 다양하고 심층적인 토론을 통해 도출되어야 함으로, 이 논문에서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의 범위는 성서에 나타난 노동과 노동자 문제를 분석하는 일에 한정한다. 그리고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이 진행할 것이다. 첫째로, 성서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노동과 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겠다. 곧 성서에 기술된 노동자의 유형을 살펴보고, 역사서에 기술된 군왕시대의 비참한 강제 노동의 현실을 폭로하겠다. 둘째로, 노동에 대한 구약의 제도들을 일별하겠다. 곧 계약법전과 성결법전 그리고 신명기법전에 기술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정리하고, 지혜문서에 묘사된 노동에 대한 성서적 견해를 살펴볼 것이다. 셋째로,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예수와 바울의 견해를 살펴보겠다. 이를 위해 예수의 “포도원의 품꾼들” 비유(마 20:1-16)와 바울의 “종과 상전에게 준 권면”(골 3:22-4:1)을 분석하겠다. 마지막 결론에서, 이 논문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고, 노동은 하나님의 창조행위에 대한 참여이며,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을 선취하는 성례전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2. 이스라엘의 노동현실

⑴ 노동자 유형

① 자영업자
성서에서 대표적인 자영업자는 창세기의 족장들이다. 야곱의 가족이 애굽으로 이주할 때, 요셉은, 바로가 “네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목축하는 자들”이라고 대답할 것을 그의 형들에게 요구한다(창 46:34). 뱃사공들이 “네 생업이 무엇이냐?”라고 요나에게 질문하지만(욘 1:8), 요나는 말이 없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서 자신과 “생업”이 같은 사람을 만났다(행 18:3). 또한 동일한 “생업”을 가진 사람들은 에베소에서 동업조합을 구성하였다(행 19:23-29). 여기서 생업은 습득된 기술을 가진 장인과 다르다. 생업은 가족이 함께 종사하는데, 그 직종은 아주 다양하다. 또한 가정의 필수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족 중 어떤 이들은 숙련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예컨대, 제과, 요리, 양재, 밧줄제작, 장막제조, 자수, 바구니 세공, 도기제조, 양계, 양조, 가축, 목축 등은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생업은 가족의 노동 뿐 아니라, 그 가정에 예속된 노예의 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업을 가지고 노동하는 자영업자는 특정한 기술을 습득한 장인이나 자영업자에게 예속된 노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② 장인
성서에서 장인들은 특별한 수공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말한다. 그들은 숙련공, 숙련된 노동자, 또는 기능공 등으로 불리며, 남녀로 나뉘어 주로 가정에서 일했다. 그러나 다윗 시대까지 이스라엘에는 철공이 없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철공이 많은 불레셋 사람들에게 보습, 삽, 괭이 등을 벼렸다(삼상 13:19-23). 따라서 이스라엘은 정복이후 상대적으로 발전된 가나안 문명과 접촉하고, 바빌론 포로 이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접촉함으로, 장인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포로기까지 주로 문맹들이었지만, 포로기 이후 신약시대에 이르자 한 가지 이상의 기술을 습득한 랍비들이 장인으로서 노동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들은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노동하며 제자들에게 경전을 가르쳤던 것이다. 탈무드 시대에 그들은 가르침을 대가로 제자들로부터 수업료를 받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기술과 학생들의 기술을 맞바꿔 기술을 서로 배우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이스라엘에서 장인들은 랍비들처럼 자유인이었으며, 전문직 노동자들이었다. 포로기 이전, 그들은 자신들의 가게를 가지고 있었다(렘 18:2). 포로기 이후, 동일업종의 장인들은 동업조합들을 만들어 활동하였고(느 3:8), 성 안의 지정된 지구에 거주하며 생활하였다(느 11:35; 사 7:3; 렘 37:21).

③ 고용 노동자
성서에서 고용 노동자(servant)는 계약을 통하여 일정한 기간동안 주인을 위해 일하고, 그 대가로 주인으로부터 경제적 생활을 보전 받은 노동자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slave가 아니라 servant이다. 우리말 성경에서, slave는 “종”으로 번역되고, servant는 “종자,” “수종자,” “사환,” 또는 “품꾼”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 servant의 예는 모세의 “수종자” 여호수아(출 33:11)와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왕하 5:20)가 있고, 유월절 규례와 욥기와 말라기에 나오는 “품꾼” 역시 servant이다(출 12:45; 욥 7:1; 말 3:5). 이 servant가 신약에서 “하인”(마 8:6, 8-9, 13), “품꾼”(마 20:1-16; 막 1:20), 또는 “종”(마 21:33-36)으로 불리고, 여자 “종”은 “소녀”라고 불린다(창 24:16, 룻 2:5). 이같이 성서에 다양하게 표현된 servant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었지만(눅 16:13), 노예는 아니었다. servant는 대체로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일정기간만 주인에게 고용되어 임금을 받는 품꾼이다(눅 10:7; 15:17ff). 그들은 하루 일과가 끝날 때 임금을 받았다(신 24:15; 눅 15:17, 19). 예컨대,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포도원 품꾼 비유”(마 20:1-16)의 품꾼들이 그들이다. 다른 하나는 주인의 집에서 주인과 함께 살며 주인과 함께 먹고 마시고, 주인을 위해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이다. 그들은 주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있었고(창 15:2), 야곱처럼, 주인의 가족과 결혼할 수도 있었다(대상 2:35). 따라서 사회적 신분이 보장되고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롬 14:4). 예컨대, 구약에서 라반의 집에서 일했던 “야곱”(창 24장)과 신약에서 고넬료의 “하인”이 그들이다(행 10:7).

④ 노예
성서에서 “노예”(slave)는 이스라엘의 경제 활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전쟁포로가 매매되어 온 이방인 출신의 노예, 채무 지불불능으로 부모나 자신에 의해 팔린 히브리인 빚 노예 등이 그들이다.
먼저, 전쟁포로 출신 이방인 노예는 주전 2천 년 대 중엽, 시리아-팔레스틴 국가들에서 많이 있었다. 그 후, 이스라엘에서도 있었다. 모세는 전쟁을 해야 한다면, “남자는 다 쳐 죽이고 오직 여자들과 유아들과 가축들과 성읍 가운데에 있는 모든 것을 너를 위하여 탈취물로 삼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신 20:10-18). 그는 그의 설교대로, 미디안의 다섯 왕과 남자들을 죽이고 부녀들과 아이들을 포로로 끌어와 노예로 삼았다(민 31:7-12). 또한 북 왕국 이스라엘은 아하스가 통치하던 남 왕국 유다의 부녀들과 아이들을 사로잡아 온 적도 있었다(대하 28:8). 이스라엘 전통에서 전쟁포로출신 이방인 노예가 허락된 것이다.
다음에, 이스라엘에 매매되어 온 이방인 노예도 있었다. 고대 근동에서 노예매매는 대상들의 중요한 거래 중 하나였다. 족장시대에 요셉 역시 형들에 의해 애굽에 팔려간 노예였다(창 37:28). 그 후에, 그런 노예매매가 팔레스틴에서도 있었다(대상 2:34-35). 이에 대하여 모세는 무분별하게 납치한 자유인을 노예로 매매하는 사회적 폐단을 막고자 하여, 계약법전(출 21:16)과 신명기법전(신 24:7)에서 사람을 유괴하여 노예로 팔아넘긴 사람을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이유로 빚을 갚지 못하여 팔린 히브리인 노예도 있었다. 고대근동에는 빚이 많은 부모가 자식을 노예로 팔아넘긴 관습이 있었는데, 이것은 이스라엘에서도 익숙한 일이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빚 때문에 자기 딸을 여종으로 팔게 된 판례가 계약법전(출 21:7-11)에 나온다. 이 판례처럼, 이스라엘에서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노예가 되는 사례는 성서에 많이 있다. 예컨대, 채권자들을 피해 아둘람 굴에 있던 다윗에게 도망친 채무자들 이야기(삼상 22:2), 선지 생도였던 남편이 빚을 남겨두고 죽자, 채권자가 두 아들을 노예로 삼으려 한 것을 고발한 채무자 아내의 이야기(왕하 4:1), 빚을 갚지 못하자 자식들을 노예로 삼으려 한 채권자를 고발한 어느 채무자 이야기(느 5:1-5) 등이 그것이다. 이와 달리 스스로 노예가 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빚 노예가 자신에게 아내를 준 주인을 떠나 자유인이 되는 것을 거절하는 판례가 계약법전(출 21:5-6)과 신명기법전(신 15:16-17)에 나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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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 Umhau Wolf, "Occupations,"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vol. 3 (New York: Abingdon Press, 1962), p. 589.
2) C. Umhau Wolf, "Crafts,"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vol. 1 (New York: Abingdon Press, 1962), p. 727.
3) 본 소고에서는 slave는 “노예”로, servant는 “고용 노동자”로 표기하겠다. 고용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품꾼”과 정규직으로 “하인”으로 분류된다.
4) C. Umhau Wolf, "Servant,"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vol. 4 (New York: Abingdon Press, 1962), p. 291.
5) Ibid.
6) Issac Mendelsohn, "Slavery,"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vol. 4 (New York: Abingdon Press, 1962), p.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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