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 인생의 절정, 종착역?

                              야곱 인생의 절정, 종착역?                         

철들자 죽는다.
이건 야곱에게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야곱은 인생에서 극적인 사건들을 여러 번 겪는다.
그 사건들 가운데 야곱이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체로 얍복강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야곱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기고,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얍복강에서 야곱은 밤새 천사와 씨름해서 이길 정도로
악에 받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서와 대면해야 하는 야곱 입장에서는 이판사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얍복강 사건으로 모든 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야곱의 삶은 그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렵고 힘겨운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났고,
야곱과 가족들은 계속 이리저리 도주하고 이주해야 했다.
야곱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야곱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
"이 일 후에 어떤 사람이 요셉에게 말하기를
네 아버지가 병들었다 하므로
그가 곧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과 함께 이르니
어떤 사람이 야곱에게 말하되 네 아들 요셉이 네게 왔다 하매
이스라엘이 힘을 내어 침상에 앉아 요셉에게 이르되
이전에 가나안 땅 루스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사 복을 주시며 내게 이르시되
내가 너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게서 많은 백성이 나게 하고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어
영원한 소유가 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창48:1-4).
이 구절은 야곱의 삶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서 보는 대로, 야곱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기억하는 것,
즉 야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죽는 순간에도 잊지 못할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루스, 즉 벧엘 사건이었다.
벧엘은 야곱을 언제나 원형질로 복귀하게 하는 황금 연못이었다.
그래서 야곱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벧엘 사건으로 회귀했다.
우리도 그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창28:13-14).야곱이 스스로 자초한 험악한 세월을 감당하면서
끊임없이 되새긴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창세기 31장 3절은 벧엘을 연상케 하고,
13절에서 하나님은 자신을 "벧엘의 하나님"이라고 칭하신다.
42절과 53절도 벧엘의 하나님을 떠올리게 한다.
32장에서 야곱이 얍복강에서 기도한 내용도
벧엘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
그리고 35장 9-15절은 천사와의 씨름 장면을 뺀 얍복강 사건 간략 버전을
벧엘 사건으로 재현하는 것을 보여준다.
얍복강 사건을 벧엘 사건화하고, 벧엘 사건을 재현할 정도로
벧엘 사건은 성경기자에게도 중요하다.
그러면 야곱의 삶의 절정은 벧엘인가?
야곱이 끝까지 벧엘을 기억한 것은 사실이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야곱이 종착역으로 삼은 곳은 벧엘이 아니었다.
그가 종착역으로 삼은 곳은 헤브론 막벨라 굴이었다.
그는 거기에 묻히기를 간절히 소망했고,
그 소망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반드시 출애굽시킬 것이라는
위대한 신앙고백에 근거한다(창 48:21).
여기서 야곱 이야기는 <요셉, 비로소 꿈꾸다>와 이어진다.
"요셉은 이삭이 길을 잘못 열어놓은
형제 간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셉으로 하여금
베노니 컴플렉스와 약육강식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다름아닌 늙고 병든 볼품없는 야곱이었다.
요셉이 그 저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야곱에게서 배운 신앙,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경외였다.
요셉은 이런 믿음을 노년의 야곱에게서 배웠다.
야곱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셉이 두 아들을 데리고 부친을 찾았을 때,
야곱은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섬기던 하나님,
나의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창 48:15-16)라고 신앙고백한다.
요셉은 그 신앙고백을 배웠다."
야곱, 그의 삶의 절정은 벧엘 사건도 아니고 얍복강 사건도 아닌,
헤브론 막벨라 굴에 묻히는 삶의 최종적인 순간이었다.
다시 회귀할 수 없는 그 순간,
그 유일한 순간에 야곱은 삶의 절정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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