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섭 교수의 타원형 세상 꿈꾸기

               시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크리스티즌)

양재섭(필휴먼사회통합연구원 원장. 대구대 명예교수)

교회의 구성원을 그리스도인(christian)이라 한다면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사람들은 시민(citizen)이라 할 것이다. 얼핏 시민이라는 단어는 말뜻 그대로 하자면 한 도시의 구성원을 뜻하겠지만 역사적으로는 봉건 귀족이 쇠퇴하고 새로 등장한 계급을 의미하였고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국가의 구성원을 뜻하는 국민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흔히 교회 안의 성도들이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세상 사람들”이라고 구별하여 지칭하는데, 말하자면 그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시민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 시민의 일원인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근대적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정부의 기능 못지않게 시민의 역할 또한 증대되었고 모든 권리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시민사회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민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요구도 다양한 측면에서 정립되어 왔다. 많은 국가들이 교육목표를 훌륭한 민주시민의 양성에 두고 있으며 시민의 성숙도는 바로 국가의 품격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시민은 국가의 재정을 담당하기 위해 납세의 의무를 지고, 기타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를 다하며 더 나아가서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해 복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덕목을 실천하는 등 시민으로서의 다양한 책무를 감당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의 실현을 위해 시민운동을 통하여 사회의 궁극적 발전을 지향한다. 성숙한 민주시민은 행복한 국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통해 삶의 고귀한 가치를 추구한다.

그런데 요즈음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리스도인에 대한 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말이다. 흔히 우리는 스스로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자부하고 ‘천국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백번 옳은 소리이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굳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이 있어 보인다. 솔직히 이제는 교회의 현안 문제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금권과 부정이 난무하는 전근대적 교계정치, 목회자의 세습, 비과세, 성추문 사건 등 사회의 공공성을 해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탐욕스러운 성장제일주의 추구에 따른 복음순수성의 상실은 더욱더 시민들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그래서 선교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천국시민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의 시선에 신경 쓸 것 없다는 독단은 금물이다.

이쯤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흔한 금언이지만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을 원용하여 “먼저 시민이 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국가와 사회에 없어서는 아니 될 성실하고 정직한 시민,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인정받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천국시민이라면 이미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신학계 일각에서 시민신학의 시민론이 대두되어 ‘시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이 논의되고 있다.

교회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교회의 공공성을 확보하며 이웃사랑의 소명을 다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지성적 사회참여를 통해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을 갖춘 크리스티즌(christizen = christian +citizen)이 된다면 교회와 사회의 미래는 동시에 희망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적인 그리스도인이면서 동시에 성숙한 시민인 크리스티즌들로 온 세상이 가득차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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