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세우는가?
오영철 선교사(제주대, 총신대, 영국 에딘버러와 풀러에서 공부, 치앙마이 실로암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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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꼭 들어야 할 소리를 태국 교회 지도자에게서 들었다. 어느 정도 관계가 쌓였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마음속에 있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2025년 8월 27일, 카렌목회자 훈련원의 강의 과목은 ‘이단’이었고, 강사는 태국에서 이단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수라삭(อ.สุรศักดิ์) 박사였다.
잠시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누던 그는 먼저 한국 선교사들의 헌신을 인정한 뒤, 직설적인 질문들을 던졌다.“태국기독교총회(The Church of Christ in Thailand, CCT) 소속 선교사 가운데, 우리 총회가 필요로 하는 사역 발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선교사는 몇 명이나 될까요?”
현재 CCT의 선교사 약 120명 중 절반 이상이 한국 선교사인데, 그 수가 과연 실제 필요와 맞는지 묻는 것이다. “왜 한국 선교사들이 시작한 사역들은 한국 교회에서 경험한 부흥과 건강한 모습들을 태국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나요?” “왜 한국 선교사들은 현지 교회와 협력하기보다 자신들의 왕국을 세우려 합니까?”
“왜 한국 선교사들은 와서 배우려 하지 않나요?”
그의 눈에는 한국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의 필요를 섬기기보다는 자기 목적대로 사역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선교사들은 교회를 개척하면 평일에는 교회 사역보다 자녀 돌봄 등에 집중하고 주말 위주로만 사역합니다. 또 한국에서 후원자가 방문하면 갑자기 열심히 움직이는데, 그것은 후원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평소 한국 선교사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고, 마음속에 품었던 의문을 여과 없이 내놓았다. “한국 선교사들은 태국에 왜 왔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선교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교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거침없는 발언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쉽게 부정할 수 없는 뼈 있는 지적이었다. 그의 질문들은 논쟁적일 수 있지만, 선교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리였다. 만약 평범한 성도가 한 이야기라면 개인 의견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태국 주류 교단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였기에 무게감이 달랐다.
그는 1990년부터 태국의 대표적 신학교인 방콕신학원(BIT)에서 교수로 가르쳤고, 학장으로 섬기기도 했다. 수백 명의 제자를 길러낸 그는 현재 방콕에서 400명의 교인이 있는 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이 교회는 동북부·북부·중부에 8개 교회를 개척했고, 모두 자립을 이루었다. 연간 헌금은 약 800만 바트(25만 달러)에 이르며, 개척교회를 향한 헌신도 적지 않다.
그는 신학적 식견, 신학교 지도력, 목회 현장 경험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고, CCT 신학위원회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며 교회의 핵심 지도자의 절반을 3년 내에 30대 세대로 세우려는 혁신적인 비전을 실천 중이다.
그의 배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1980년대 초반, 태국 교회 대표로 여의도 세계 복음화 대성회에 참석했다. 이후 한국 교회를 방문하며 장점과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도 한국 선교사 가정이 태국에 정착하도록 직접 돕고 있다.
이처럼 태국 교회와 한국 교회를 깊이 이해하는 그가 “한국 선교사들이 과연 태국 교회에 꼭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던진 것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목소리는 필리핀에서도 있었다. 플러신학교 명예교수 박기호 교수는 최근에 그가 발제한 글에서 얼마 전 필리핀 장로교 총무를 지낸 지도자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 필리핀 장로교회 지도자들은, 선교사들이 오히려 교단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필리핀 장로교회에 희망이 없습니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선교사들은 우리의 부모 같은 분들입니다. 우리가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떠나가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수라삭 박사의 발언은 선교사의 철수를 직접적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의견은 필리핀 지도자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었다. 선교사들이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지 교회 발전에 큰 유익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 말이 너무 세죠?” 그는 몇 번이나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의견을 완화하려 했지만, 너무 지나치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많은 한국 선교사들은 분명 최선을 다해 사역하고 있으며, 그들의 헌신은 쉽게 평가절하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삶의 태도와 사역의 방법, 그리고 의도가 현지 상황에 적합한지 성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헌신과 열심이 항상 아름다운 열매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렇게 쓰고 아픈 지적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선교사역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선교사 자신보다 현지 지도자들의 목소리에서 더 정확히 들려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수라삭 박사의 발언은 뼈아프지만, 오히려 더 건강한 길로 가게 하는 귀한 충고라 할 수 있다. 원래 좋은 약은 쓰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