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목사·장로 제도, 이대로 둬야 할까?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 헌법 제5장 목사 27조 7항을 보면, 원로목사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시무한 목사가 노후에 시무를 사면할 때 교회가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추대한 목사’라고 돼 있습니다. 또 ‘공동의회에서 투표하고 생활비를 정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처럼 원로제도를 처음 제도화해 시행할 때는 20년 이상 교회와 성도, 그리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셨던 뜻을 아름답게 기리며, 후배들과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고 앞으로 교회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원로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작은교회에서는 원로제도가 있으나마나한 제도에 불과합니다. 큰 교회만 원로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과거 원로제도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목사님들의 연금제도가 없었지만, 현재는 목사님들은 연금제도가 존재하고, 소속 교회에서 퇴직금도 받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연금을 받는 가운데 교회에서 퇴직금도 받으시면서, 헌법을 따라 생활비를 또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로목사가 되면, 시무 당시 사례금의 50%를 받게 됩니다. 때로는 자동차도 제공됩니다. 교회가 어렵고 빚이 많음에도, 요구를 하시면 해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작은교회나 시골 교회, 특히 어려운 교회에서 부럽고 행복해 보일지는 모르나,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원로목사제도를 폐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는 대다수 성도들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성도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얼마 안 되는 수입이지만 하나님께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드립니다. 하지만 교회의 지도자라는 분들이 교회나 성도들의 어려움은 아랑곳 않고 오직 자신들의 배만 채우려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와는 말과 행동이 다름을 볼 수 있습니다.
목사님에 대한 예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은퇴목사님께서 끼니를 거른다든지, 무슨 일을 당하신다면 과연 성도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올바른 성도들이라면 절대로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느냐 하면, 공동의회에서 원로목사가 되기까지 장로와 성도들에게 아무 말씀을 하지 않게 됩니다. 권징이나 책망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 말씀을 전했다가는 원로가 되지 못할까 봐 눈치만 봅니다. 원로목사님에게 제공되는, 50%의 사례금과 각종 혜택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못되어가는 일에도 수수방관하게 됩니다.
좋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어느 교회에서는 목사님께서 평상시 타시던 승용차를 은퇴 후에도 계속 타게 해 드리고 싶은데, 차를 두고 가신다고 합니다. 교회는 어떻게 할까요? 장로들이 모여 ‘갹출’하여 승용차를 사 드렸다고 합니다. 그 교회는 빚도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차라리 그 차를 팔아 은퇴 기념으로 이자라도 갚으라고 하셨거나 건축헌금을 바쳤다면, 감동한 성도들이 목사님의 선한 일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을까요? 그저 차를 안 가지고 가겠다는 말씀만 하시니, 새 차를 사 달라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겠습니까?
그 목사님은 이후 주일 설교 시간에 장로님들이 자동차를 사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자동차를 자랑하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자동차 구입에 동참하지 못한 장로나 성도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물론 모든 목사님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훌륭한 목사님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또 어떤 교회에서는 은퇴하시는 목사님께 예우와 은퇴에 해당되는 퇴직금 및 생활비를 형편이 어려워 매월 나눠서 지급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목사님께서 ‘그렇다면 내가 그 돈을 다 받을 때까지 은퇴하지 않고 계속 시무하겠다’고 하셨답니다. 이에 청년들은 모두 다른 교회로 가 버렸고, 나이 많은 어른들만 남았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한평생을 온갖 기도와 눈물로 지켜온 교회를 어찌 그렇게 하셨는지….
초창기에 이 원로제도를 만들 때는, 순수하게 목사님들의 노후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는 재정이 넉넉한 교회에서만 실시될 뿐, 시골 교회나 개척교회, 작은교회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 제도는 작은교회 목사님들의 사기 저하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연금도 퇴직금도 받는 목사님들은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는데, 원로라는 이유로 또다시 생활비를 지급을 해야 할까요? 총회 헌법에는 분명 생활비를 드린다고 되어 있지만, 이미 연금과 퇴직금을 받기 때문에 생활비를 거기에 더해서 드린다는 것은 잘못된 제도입니다.
이에 더하여 원로장로제도도 폐지해야 합니다. 총회 헌법 제6장 144조를 보면 원로장로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하던 장로가 노후에 시무를 사임할 때, 교회가 그의 명예를 보존코자 하면 공동의회의 결의로 추대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장로 직분을 은혜 가운데 마쳤다면 하나님께 큰 영광을 드릴 뿐이지, 원로라는 제도를 만들어 20년을 시무하면 무조건 원로가 되어야 합니까? 정말 열심히 피땀을 흘리며 교회의 부흥·성장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장로 시무 기간이 20년이 되질 않아 원로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년만 채우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원로장로가 되는 것을 보면, 잘못된 법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정말 주를 위해 열심히 봉사했다면 같은 예우를 해야 하는데, ‘원로’라는 제도가 계급이 아닌데도 원로가 되지 못하고 은퇴한 이들은 예우도 없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현실입니다.
주님 앞에 가면 원로가 있을까요? ‘원로’가 아니면 천국에 못 간답니까? 그러므로, 원로 목사 및 장로 제도 폐지를 위해 법을 수정해 주시기를 총회에 간곡히 건의하는 바입니다. 오히려 은퇴하여 생활이 어렵고, 힘든 목회자들이 노년에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시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법을 제정하여, 소신껏 목회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님께 더 영광이 아닐런지요!
마태복음 20장에는 천국 품꾼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여기서 주인은 이른 아침에 나간 품꾼부터 제 삼시, 제 육시, 제 구시, 제 십일 시에 포도원으로 들어간 이들에게 약속대로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을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16절에는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성경 말씀에도 분명 차별이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원로’제도 때문에 교회가 시끄러워지고, 금전 문제로 갈등이 심해지는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은퇴는 곧 제2의 천국사역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맙시다. 은퇴 후에는 하늘나라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주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받은 복과 감동을 모두 이 땅에 쏟아놓고 가셔야 합니다. 어떤 은퇴목사님께서 지하철에서 전도를 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믿지 않는 분들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목사님 얼굴을 뵈니, 마치 천사를 만난 듯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