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신앙칼럼

                                   “힙 불교”, “경건 가톨릭”, “꼰대 개신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인공지능(AI) 로봇 스님이 합장하면서 관람객을 반긴다. 좀 더 들어가면 스키와 서핑을 타는 부처를 만날 수 있고, 부처와 함께 스쿼트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 대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불교문화엑스포 현장 모습이다.

이번 엑스포가 관심을 끈 이유는 특별히 20~30세대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맞춤형 굿즈로 불교문화를 재치 있게 재해석한 염주 DIY 키트, 부적 스티커 등이 즐비했는가 하면, 정형화된 사찰 문화를 넘어 반려견 명상, 전통문화 예술, 현대 미술 작가들의 컬래버레이션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힙스터 부처님 포토존, 스님이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 템플스테이 체험, AI 출가 체험 등 유쾌한 콘텐츠가 다양해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위(可謂) ‘힙(Hip) 불교’라는 신조어가 자연스레 붙여질 만큼 커진 젊은 층의 관심을 끈 행사였다.

앞서 지난 4월 2~5일 코엑스 B홀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역시 역대급 인파를 동원하며 막을 내린 바 있다.

‘힙(Hip)한 불교’를 표방한 이번 박람회에는 총 25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20만 명)보다 5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방문객 구성에서도 ‘젊은 불교’의 흐름은 뚜렷했다. 2030세대가 전체의 73%를 차지했으며, 무종교인 비중도 48%에 육박했다. 이 같은 열기는 오는 8월 개최 예정인 ‘부산국제불교박람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뉴욕 2030세대에선 일요 미사가 열리는 성당이 새로운 ‘핫스팟(Hot spot)’으로 떠오르고 있다.

맨해튼의 주요 성당들은 일요 미사에 참석하려는 젊은이들로 앉을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다. 성 요셉 성당의 일요일 오후 6시 미사는 ‘만석’ 수준이다. 늦게 오면 접이식 간이 의자에 앉거나 유리문 밖에 서서 미사를 지켜봐야 한다. 봉사자들이 성체를 나눠주기 위해 통로를 지나갈 때 사람들을 피해 조심스레 이동해야 할 정도다.

미사 전에 근처 피자 가게에 모여 함께 피자를 먹고 성당으로 걸어가는 이벤트도 유행이다. 한 젊은이는 “술집에 가서 400달러를 쓰는 것보다 피자 먹고 성당 가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근 성 패트릭 대성당에도 젊은 신도가 급증했다. 미사가 끝난 뒤 젊은이들 끼리 계단에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커피나 식사 약속을 잡는다.

최근 센트럴파크에선 젊은 여성들이 묵주기도를 하며 함께 걷는 ‘홀리 걸 워크(Holy Girl Walk)’가 인기다. 산책 영상을 SNS에 올리는 ‘핫 걸 워크’ 트렌드를 패러디했다.

첫 행사에는 50여 명이 참여했는데, 두 번째 행사에는 150여 명이 신청했다. 미국 신앙 동향을 연구하는 ‘바나(Barna)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 신자들은 월 2회가량 주말 미사에 참석했다. 5년 전의 2배 수준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빠져 있을 것 같은 미국의 MZ세대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용한 성당 문을 두드려 수백 년 된 낡은 예배당에서 무릎을 꿇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병과 깊은 외로움이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 청년들은 우울증과 싸우며 ‘나는 왜 사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가벼운 위로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의 목적을 알려주는 진짜 신앙에 목말라한다.

세상의 뻔한 약속에 지친 청년들은 변하지 않는 진짜를 원한다. 어설프게 세상 문화를 따라 하는 교회보다, 차라리 엄격하더라도 성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지키는 모습에 끌리는 것이라는 분석. 필라델피아의 신학생 댄 모나스트라는 “예수님보다 더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기에 그 사랑에 응답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몸으로 부닥치며 느끼는 경험도 중요한 이유다. 화면 속 얕은 랜선 친구에 지친 젊은이들은 함께 무릎 꿇고, 금식하며,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행동하는 신앙’에서 안정을 찾는다. 세대를 넘어 서로를 진심으로 챙겨주는 따뜻한 공동체가 이들에게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든든한 생명줄이 되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가톨릭은 내년 8월 3~8일 서울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41차 세계 젊은이의 날에 즈음해 열릴 이 대회는 세계 청년들을 해해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복음 16장 33절)를 주제 성구로 지정하였다.

한국 개신교 상황은 어떤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 정책 연구소가 작년 2025년 7월 17일 대전 판암장로교회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이날 열린 ‘청년 이탈 현상에 대한 진단과 대책’ 포럼에선 오늘날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된 이유가 기성세대 중심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소통 부재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가 발표한 ‘교회 이탈 청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교회를 떠났거나 이탈 의향이 있는 만 19~39세 미혼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청년들은 교회 이탈 이유로 ‘교회 문제’(65.5%)를 ‘개인 문제’(34.5%)보다 훨씬 더 많이 꼽았다.

주요 이탈 요인으로는 △교회의 ‘끼리끼리 문화’(50.5%) △지나친 헌신 요구(60.5%)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52.5%) △비민주적 의사소통 구조(50.0%) 등이 지목됐다.

특히, 청년 10명 중 4명(40.7%)은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누구에게도 표현한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상담 이후에도 “변화가 없었다”(64.6%)거나 오히려 “이탈 의향이 더 강해졌다”라는 응답이 나와 교회 내 소통 시스템의 부재가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한편 양현표 총신대 교수는 ‘청년층 이탈 방지 대책과 부흥 전략’에서 청년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양 교수는 오늘날의 청년, 즉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정의했다.

그는 MZ세대의 특징으로 △개인의 가치와 취향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수직적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수평적 소통을 선호하는 ‘권위주의 거부’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공정성 추구’ 등을 꼽으면서 “이러한 청년 세대의 특성이 교회의 권위주의적이고 배타적인 문화와 충돌하면서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청년들은 교회 일을 위한 ‘소모품’이나 ‘마당쇠’가 아니라 목양의 대상”이라고 강조하고, “단순히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청년들을 붙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열린 교회 구조로의 개혁 △신앙의 본질 제공 등을 강조하면서 “청년들은 영적인 갈급함이 있으며, 복음의 본질을 제대로 배우고 경험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성세대가 먼저 신실한 신앙의 본을 보이는 것이 효과적인 청년 이탈 방지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의 ‘힙 불교 성황’과 미국 가톨릭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은 개신교회에도 중요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청년들은 크고 화려한 건물이나 재미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진리와 진짜 교제를 원한다.

한국 개신교에서 2030세대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한 한국 교회의 미래는 없다. 이것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한국 교회의 화두 중 하나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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