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톰과 제리’, 미–이란 전쟁의 배후

미국 대표 애니메이션으로 ‘톰과 제리’가 있다. MGM에서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1940년 처음 공개한 이후 올해로 86주년을 맞았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일반적인 생태계 먹이사슬에서는 쥐가 고양이한테 괴롭힘을 당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쥐인 제리가 자기를 괴롭히려는 고양이 톰을 입체적으로 골탕 먹이는데 그런 장면 자체가 시청자들한테 큰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톰 역시 제리를 괴롭히려고 부단히 시도하지만, 궁극적으로 승리의 나팔은 언제나 제리가 분다는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한 편을 놓고 장광설을 풀어놓은 이유는 요즘 지구촌 돌아가는 모습이 톰과 제리의 공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사의 주인공은 미국과 이란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란을 처음 공격했을 땐,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탓에 단기간 내 이란이 항복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은 오히려 이란 내부의 결집 효과를 불러 불안했던 이란 정정(政情)을 대미 항쟁으로 국민이 똘똘 뭉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미국은 어땠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가격이 폭등하자 미국 서민들의 발인 자동차 연료와 석유화학제품이 덩달아 급등해 서민들만 고통받는 꼴이 되어 버렸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났고, 일부 조사에선 30%대까지 떨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심지어 반전 시위대가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트럼프의 연이은 협박과 회유에도 오불관언하던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 측과 대좌했지만 여전히 꼿꼿한 입장을 풀지 않고 있다. 여차하면 협상 자체를 보이콧할 태세다. 성전(聖戰)을 주창하는 시아파 이슬람의 전형적인 태세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는 스스로 정한 휴전 시한을 수차례 연장(결국 무기한 연장)하면서 이란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이를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즉, 강경한 관세나 군사적 위협을 가하다가 막판에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정책의 행태라고 비꼬기도 한다.
여기서 미국이 옳으냐? 이란이 나쁘냐? 선악을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톰과 제리를 거론하는 것은 이란의 핵 개발 야욕이 빚은 전쟁이지만,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미국이 보여준, 구체적으론 트럼프가 보여준 갖가지 행태를 볼 때 이란을 꼭 집어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지구촌에 끼친 그의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호전 태도의 배후엔 의외의 인물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는 폴라 미셸 푸르 화이트-케인(Paula Michelle Furr White-Cain·60). 텔레비전 전도사이자 목사로 알려진 그는 현재 백악관 신앙자문위원회(White House Faith Office) 위원장이다.
트럼프의 오랜 영적 조언자로 2016년 대선 당시 복음주의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으며, 2017년 1월 트럼프 1기 취임식에서 기도를 봉헌한 최초의 여성 성직자이기도 하다.
작년 2월 7일,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백악관 신앙자문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그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 직책을 통해 종교 공동체와의 소통을 조율하고 주요 행정부 행사에 신앙 지도자들을 참여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그의 신앙적 스탠스와 활동영역이 기독교 복음주의에서 빗나가 있는 점이다.
그는 이른바 ‘번영 신학’의 대표적 옹호자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헌금하면 물질적이고 신체적 축복을 받는다”고 가르치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를 예수에 빗대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할 정도로 성직자의 본분에서 한참 빗겨나 있기도 하다.
종교통합 운동가로서 그의 행보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과 체결한 에이브러햄 협정(Abraham Accords)의 기획자라는 점에선 평화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오순절, 가톨릭에 이어 유대교 지도자들과도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트럼프가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데 일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의 신앙관을 좌지우지하는 화이트-케인 목사의 행보가 미-이란 전쟁의 향후 향방을 결정하는 배후라는 점을 지구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