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록의 세상읽기

               한국교회 그리고 피터 팬 신드롬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렇다. "한국교회는 피터 팬 신드롬에 걸린 어른 아이이다." 나는 <동물농장>을 즐겨본다. 방송하는 시간에 보기 어려워서, 시간날 때 다시보기를 이용하지만,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꼭 챙겨서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방송된 것들을 거의 다 다운로드해서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놓았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에 경기를 일으킬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찌하겠는가. 동물들은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나를 감동케 한다. 그리고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나를 분노케 한다.

동물농장이 가르쳐주는 중요한 점들 가운데 하나는 동물들, 특히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때는 반드시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고민들 가운데 하나가 반려동물들이 보이는 피터 팬 신드롬이다. 이것은 자신이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어린 줄 알고 행동하는 증상인데, 이 증상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이 증상은 반려동물들 사이에서, 그리고 주인과 반려동물 사이에서 때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들 사이에서 피터 팬 신드롬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보자. 두 반려동물이 처음에는 정말 죽고못살 정도로 친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서로 웬수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괴롭히기 시작하고, 그래서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러다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아무리 말리려고 해도 방법이 없고, 오히려 더 심해진다.

이럴 경우, 도움을 요청받은 전문가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다 내리는 결론은 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 마치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서 수리센터에 갔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데서 이상이 생겼다고 듣는 것과 같다. 전문가가 하는 말은, 둘이 서로 웬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 때문이란다. 둘이 어렸을 때는 덩치가 비슷해서 잘 지냈는데, 시간이 흐르고 한 녀석 몸집이 커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그 녀석은 제가 커진 줄은 모르고 어렸을 때 버릇처럼 친구를 껴안고 뒹굴려고 한다. 덩치가 커진 녀석은 자신이 얼마나 힘이 세졌는지 모르고 예전처럼 친구에게 하는데, 당하는 녀석은 그게 장난이 아닌 거다. 덩치가 커진 녀석은 좋다고 장난하지만, 덩치 작은 녀석은 그 장난에 거의 죽을 지경인 셈이다. 그러니 작은 녀석은 큰 녀석을 피해 다니고, 큰 녀석은 작은 녀석이 왜 그러는지 모르고 계속 쫓아다니고, 그려면서 서로간에 오해가 쌓이고…

주인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덩치가 산만해진 녀석이 제 덩치가 커진 것은 모르고, 자꾸만 주인에게 안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반려동물을 안아줘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요즘 대형교회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교회는 피터 팬 신드롬에 빠졌구나. 한국교회는 몸집은 커졌는데, 여전히 귀여운 아이인 척 하려 한다. 모이면 그저 하나님께 어리광을 부리고, 갖고 싶은 것 달라고 떼를 쓰는 유치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교회가 피터 팬 신드롬에 빠진 게 맞지만, 실상은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구절을 제 맘대로 해석하면서, 천국을 보물창고로 여기고 그 보물창고를 털기에 바쁜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반려동물들보다 그 양상이 훨씬 더 복잡하고 결과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갑자기 덩치가 커져서 자신이 커진 것을 모르는 반려동물들과 달리,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자신들의 몸집이 커진 것을 잘 안다. 그뿐 아니라, 몸값을 최고로 올리고 그것을 다 누리려고 한다. 제 덩치로 한 몫 하려고 한다. 덩치로 밀어부치고, 덩치로 누른다. 그러다가 누가 뭐라고 하면, 자신을 스스로 진단하고, "내가 덩치가 커진 줄 몰랐다."고 변명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런 돌연변이형 피터 팬 신드롬이 아니고서야, 어찌 대형교회 목사가 중대한 사회 문제에 대해 설교 시간에 대책없는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 그것이 문제가 되자, "나는 일개 교회의 목사일 뿐이다."라고 발뺌하겠는가. 정말 이런 점에서 그들은 덩치만 덜썩 커진 사춘기 애들 같다. 덩치는 어른만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어린 아이인데, 어설프게 어른인 체 하려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어른 대접해주니까, 진짜 어른인 줄 알고, 식견도 없으면서 있는 척 한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그 말도 안되는 짓을 교인들이 떠받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터지면, 다시 어리광을 부리고…

   
 

이렇듯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가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엄청난데, 평소에는 그 몸값을 다 받아누리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척 어리광을 부리려고 하는지, 정말 역겹다. 이것을 왜곡된 피터 팬 신드롬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몸집이 커졌고 그 덩치로 남들을 제압하고 괴롭히려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나는 그냥 어린애일 뿐이다."라고, 이렇게 책임은 안지려는 철딱서니 없는 어른 아이, 불량 친구들과 사귀면서 제 집을 터는 덩치 커진 비행청소년, 이게 바로 한국의 대형교회 자화상인 것이다. 울리히 벡은 위기사회를 말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게 "철없는 사회, 철안든 교회"인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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