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을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 (에스겔 34장)
에스겔 : 노을. 반갑습니다. 제가 살던 시대로부터 2600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군요.
노을 : 예, 반갑습니다. 저도 2600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이렇게 문자로 에스겔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갑자기 북토크를 요청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스겔 : 제 열렬한 팬인데, 어찌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하기로 하고, 오늘 우리가 이야기 나눠야 할 긴급한 주제가 있다고요?
노을 :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과거에 이스라엘 국내 문제 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도 잘 파악하셨기 때문에, 핵심을 금방 간파하실 겁니다. 일단 에스겔 34장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에스겔 : 우리가 처음 만났는데, 1장이 아니고 바로 34장을 이야기 거리로 삼는 걸 보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군요. 제 책 34장을 사람들은 대체로 “거짓 목자에 대한 심판 예언”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노을이 고민하는 게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겁니까? 한국의 지도자들이 거짓 목자들이라는 건가요?
노을 : 그렇습니다. 에스겔도 과거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명확하게 아셨기 때문에 제 심정을 이해하실 겁니다. 요즘 한국을 보면,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지도자 의식이 없습니다. 지도자라는 게 그가 인도하는 공동체가 나아갈 바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에스겔 : 그렇지요. 주님께서 그들을 지도자로 세우셨을 때는 주님이 그들에게 맡겨주신 백성들을 책임지고 보호하고 섬겨야 할 의무도 아울러 주신 거거든요. “목자들이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요. 주님은 그들을 위해서 백성들을 주신 게 아니고, 백성들을 위해서 그들을 세우신 거라고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도자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주님은 저에게 말씀하시면서 대단히 분노하셨습니다. 한 마디로 치를 떠셨습니다. 주님은 그들을 “자기들만 먹는” 사람들이라고 하시면서 그들에게 저주를 퍼부으셨습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다윗을 존경한다고는 하는데, 이사야 선지자가 말했듯이, 입술로만 그럴 뿐이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겁니다. 다윗은 비록 여러 가지 잘못도 많고 야비한 점도 많지만, 양 떼를 위하는 헌신적인 맘으로 백성들을 섬기려 했다고 해서 성군으로 추앙하는 것 아닙니까?
노을 : 그렇지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도 <목민심서>같은 책을 곁에 두고 폼만 잡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그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자기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그렇게 한 걸까요?
에스겔 : 모를 리가 없겠지요. 그 사람들이 그걸 몰랐다면 아예 지도자로 세움을 받지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도자가 되면서, 그에게 주어진 힘이라면 뭐든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완전히 달라지는 거지요. 그 힘으로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고 죽을 사람도 살릴 수도 있는데,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방치하고, 오히려 폭력을 저지르고, 온갖 불의한 짓들을 다 저지르면서 죽을 사람은 살리고 살린 사람은 죽이는, 생사여탈권을 쥔 신처럼 행동한 것입니다.
노을 :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봐도, 사람들이 힘을 가지면, 도덕과 윤리를 뛰어넘어서 그 힘을 제 뜻대로 사용하려고 하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장악하면 사람들이 아주 냉혹하고 잔인해집니다. 에스겔이 말한 대로, 온 백성들이 들짐승의 밥이 되고 여기 저기 흩어져서 유리하고 유린당하는데, 거기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제 욕심 챙기느라 혼미한 상태에 빠져버립니다.
에스겔 : 나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나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냉혹하고 잔인할 수가 없어요. 나라가 있고 백성들이 있어야 지도자도 있는 법인데, 그들은 자기들만 있는 것처럼 생각해요. 다른 생각은 아예 하지를 않아요. 국내 문제를 잘 파악해서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알아서 대비책을 세우고 외교 노선을 정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들이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데는 관심이 전혀 없어요. 오로지 제 이득 챙기기에 바쁩니다. 국민들이 고통당하고 국가가 기초부터 흔들리고 국제정세가 변해서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순간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인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아요.
노을 :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 지도자들과 그리 똑 같습니까? 우리나라도 예전에 그런 꼴을 당한 적 있거든요. 조선 말 매국노들이 나라를 일본에게 팔아먹었다고 해서 말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제로 일제로부터 엄청난 돈을 받고 직위도 받았더라고요. “매국노”라는 말 그대로 나라를 팔아먹은 거죠. 요즘 우리나라 지도자라는 사람들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와 민족, 백성. 이런 단어가 그들 사전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제 자신이나 가족, 친지들이 영원토록 먹고 살 것만 궁리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에스겔 : 그런 상황이 바로 “목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목자, 즉 지도자가 있기는 한데, 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 아니 제 역할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되레 역할을 완전히 바꾸어서 침략자들이나 할 수 있는 짓거리를 제 백성들에게 행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게 바로 “목자 없는 사회”인 거죠.
노을 : 맞아요. 지금 우리 사회가 “목자 없는 사회”입니다. 일반 지도자들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이 없나요?
에스겔 : 무슨 특별한 방법, 즉 그런 지도자들을 순식간에 일소해버리고 이상적인 지도자들로 채우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요. 세상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주님도 그렇게 하시지 않습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극도로 분노하시고, 고통당하는 백성들을 보시면서 마음 아파하시고, 그래서 제 입만 챙기는 목자들에게 더욱 분노하시면서 그들을 심판하시고 하나님이 직접 자신의 양떼, 즉 백성들을 지키시고 먹여 살리겠다고 말씀은 하십니다. 하지만 일단은 말 뿐입니다. 그것도 하나님이 직접 하시는 게 아니고, 내가 대신 전하는 거지요. 그 사람들은 하나님이 직접 말씀하셔도 못들은 척할 사람들인데, 내가 하나님 말씀이라고 해봤자 비웃기만 합니다.
노을 : 그것 참, 방법이 없다니 답답하군요. 그냥 확 쓸어버리면 시원할 텐데…
에스겔 : 그래서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이 전하라고 하시는 말씀, 즉 거짓 지도자들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와 백성들에 대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겁니다. 그게 당장은 말 뿐이지만, 그 말씀이 하나님 말씀이기에 반드시 제 때에 역사할 것을 믿어야 합니다. 저도 그런 믿음으로 그 답답하고 암울한 시대를 살았습니다.
노을 : 알겠습니다. 너무 뻔한 말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정답이지요. 항상 우리 맘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일들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님이 전하라는 말씀 전하면서, 때를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거 잘 압니다. 그래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누기로 하지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