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연장 운동에 앞장선 서경석 목사께

  정권 연장 운동에 앞장선 서경석 목사께

구교형 / 찾는이광명교회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

1.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북한 퍼 주기’?

서경석 목사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변할 의지도 없는데 무조건적인 퍼 주기를 해 온 것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 대북 정책을 ‘무조건적 퍼 주기’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의 판단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무조건적 퍼 주기? 이 말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지난 10년간 퍼 준 돈이 얼마나 되기에 이 난리인가? 2010년 10월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상위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지원액은 13억 45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 노무현 정부 때는 14억 10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이다. 놀라운 것은 북한 퍼 주기를 그토록 비난해 왔던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도 임기 절반쯤인 2010년 6월까지 모두 7억 6500만 달러(약 8600억 원)를 제공해서, 대충 계산해 봐도 이 정부도 5년간 약 1조 7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또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적은 액수도 아니지만, 2012년 서울시 예산 21조 7829억, 전체 국가 예산 326조 원, 또 효과를 알 수 없는 건설회사 퍼 주기를 위한 4대강 사업비가 22조인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게 정말 평화를 심는 비용이냐는 점이다.

말도 많던 남북 화해 협력 사업만 놓고 봐도 잘 알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적 심장부인 개성(육군/대남 장사정포 기지/평양과 서울로 바로 향할 수 있는 전략 지점)과 금강산(해군/잠수함기지)을 이미 열었고, 이어 백두산(공군 비행장)마저 열기로 한 합의가 바로 2007년 10.4선언이다. 아무리 천하의 독재자 김정일이라 해도 군사 강국의 자부심만으로 살아가는 북한 군부의 반발을 각오한 남북 화해 사업은 북으로서도 엄청난 모험이었다. 우리는 늘 우리가 제공한 돈만 생각했지, 북 측이 적지 않은 부담을 무릅쓰고 가장 중요한 군사기지들을 잇달아 연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당시 남북 사이에 조성되어가던 신뢰와 대화의 기조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족 화해 정책이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당장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아니, 그런 마음조차를 버려야 진정한 평화도, 통일도 가능하다. 60년이 넘도록 무너져 버린 남북 간의 분열과 증오의 골이 ‘너 하나 주면, 나 하나 받겠다’는 식의 근시안적 거래 몇 번으로 당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조급증으로는 어떤 평화와 통일 정책도 가능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햇볕정책은 북한의 모든 것을 무조건 다 옹호하고, 덮어 주는 게 아니다. 시시비비는 가리되, 협력과 평화를 위한 기본 원칙과 화해의 기조는 결코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일관성을 말한다. 확신컨대 이명박 정부가 비록 이전 10년 민주당 정부와는 다를지라도, 북을 비판하면서도 물밑에서 흐르는 대화의 기조만이라도 깨지 않았다면, 핵 등 대량 살상 무기 협상과 이산가족, 납북자, 탈북자 송환 문제도 지금보다 훨씬 진척되었을 것이다.

또 서 목사는 군사독재 정부인 미안마를 미국이 섣불리 대화하지 않고, 몰아붙인 덕분에 미얀마도 갈수록 민주화되고 있는 사례를 보아, 북한도 그렇게 압박해서 개혁, 개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너무 깊이 살피지 않은 섣부른 결론이다. 이란, 이라크, 아프간, 쿠바 등 미국이 불량 국가로 규정했던 모든 나라들 중 미국과 서방의 목조르기로 스스로 붕괴했거나 자체 개혁한 증거는 없고, 오직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있을 때만 강제로 체제가 변화된 사례만 가득하다. 그러나 미국의 봉쇄 정책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실제 그런 권위주의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었음은 실증적 사례들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10년의 화해 정책만을 탓하지 말라. 박정희 정권 이후만 살펴봐도, 그 10년보다 훨씬 긴 전두환, 노태우(말기에만 잠깐 화해 정책 시도했을 뿐), 김영삼, 그리고 지금 이명박 정부까지 20년 넘도록 대북 압박을 해 왔지만, 그 압박으로 과연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 90년대 이후에도 한국 보수 정부와 서방은 줄기차게 북한을 고립시키면 곧 무너질 것으로 선전했으나, 북한 권위주의 정부는 여전히 견고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만 희생되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무엇보다 우리가 압박할수록 북중 관계만 더욱 견고해지고,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 역량은 갈수록 떨어져만 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실증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확실한 변화는 오직 군사적 개입으로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게 정말 귀하들이 원하는 것인가?

2. 종북 세력은 과연 있는가

서경석 목사와 많은 보수 인사들은 여전히 종북과 적화의 위협을 두려워한다. 종북 세력은 정말 있는가? 물론 있다. 그러나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종북을 묻는 분들은 ‘무엇을 종북이라고 하느냐’에 관해 먼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더 진보적 사회 개혁을 하자는 주장이나 때론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종북이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종북이라면 아마 북한 정권과 그 체제를 우리가 본받고 따라야 할 이상적 체제로 믿고, 그것을 추종하는 세력을 뜻할 것이다.

그런데 서경석 목사 등은 이런 종북 세력이 우리나라 체제를 뒤흔들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주장한다. "저는 이들이 누구인지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전교조, 전농, 민노총, 민노당, 범민련, 한총련, 민중연대, 통일연대, 그리고 나중에 진보연대였습니다. 숫자도 30~40만 명이 됩니다. 학생운동의 주사파가 나중에 교사가 되어 전교조를 종북 좌파로 만들고 민노총을 종북 좌파로 만들고 종북 좌파 정당인 민노당을 만들었습니다(좌파였던 서경석 목사가 왜 지금 보수가 되었나?/서경석)."

이 논리를 따라가면 우리나라에서 제법 진보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종북주의자다. 노동 조건 개선 운동도, 4대강 사업 등 무분별한 토건 사업 대신 현장 복지사업에 더 힘써 달라는 요구도, 핵발전소 송신탑 반대하는 노인들의 주장도, 대마불사만 믿고 무책임하게 중대형 고급 아파트를 잔뜩 지어 올린 건설사 부양 대신 집 없는 무주택자들의 임대주택을 늘려달라는 호소도, 출구도 없이 학력 테스트의 노예로 살다가 죽어가는 아이들을 제발 살려 달라는 외침도 다 종북주의가 된다. 대답해 보라. 귀하들이 보기에 우리 사회 개혁과 진보 운동 중 과연 종북 운동 아닌 것이 얼마나 되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우리 사회에 종북주의자들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진보 개혁 운동과 한국 사회 전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좌파 수구 세력일 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가치들에 의해 스스로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종북 세력이 단 한 줌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귀하들이 그토록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종북 세력은 때려잡는 것으로는 없앨 수 없다. 더 나은 사회로의 끊임없는 개혁으로만 가능하다. 지금 보수 권위주의 정권 연장을 위해 몸 바치는 서경석, 김진홍 목사 등이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유도 대한민국을 개혁시키는 것만이 공산주의로부터 지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종교 등 모든 영역을 틀어쥔 기득권층이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양극 사회를 만들어놓고, 다수의 국민들을 점점 더 실패자로 만들어가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므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위험 요소는 종북 세력이 아니다. 일제-미군정 시기-독재 정권 시기-문민 시대에 이르기까지 껍데기는 조금씩 변해 왔지만, 뿌리에서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한민국과 국민의 것이라고 선전해 왔던 특권적 정치귀족-재벌-보수 언론-고위 전문가층 등 기득권층과 그들의 선전이다. 이들에 의해 우리사회 진짜 보수이며 서민인 어르신들, 농민들, 분단 피해자들이 수구 기득권층의 거짓 선전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너무나 슬프고도 화나는 일이다. 그들이 이제는 박근혜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 연장에 힘을 모았다. 서경석, 김진홍 목사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보수가 아닌 수구 세력과의 결합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헛된 망상에서 이제 빠져나와야 한다. 최소한 국민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탈세하지 않고, 뇌물 주고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것과 같은 가벼운 화장술로 승자 독식 사회, 온갖 기득권적 파벌 구조, 농민과 서민 목조르기로 심각하게 굳어져 버린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개혁을 변명할 어떤 명분도 없다. 서경석, 김진홍 목사는 1% 기득권층을 위한 놀이판을 이제 그만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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