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준 교수가 말하는 “개종전도” 에 대하여

                                    개종전도에 대하여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 교회사)

2013년 1월 13일 WCC 총회한국준비위, NCC, 한기총, WEA 총회준비위의 대표 네 사람의 이름으로 “WCC총회 개최에 대한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었다. WCC 한국총회를 반대하던 한기총이 총회에 합의 하는 조건으로 걸은 몇 가지 사안들 가운데 신학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제기 되는 것이 “개종전도금지반대” 조항이었다.

 우선 개종전도라는 표현은 세계교회 차원에서 이해되지 않는 표현이다. 한국 보수교회의 일부에서는 개종을 회심(conversion) 혹은 전도(evangelism)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개종과 전도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WCC와 에큐메니칼권에서 개종(Proselytism)은 기존교회의 신도를 빼가는 “양 도둑질”(sheep stealing)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종과 전도는 연결해서 쓸 수 없다. 이번에 한기총에서 “개종전도금지반대”라는 조항은 무리하게 선언문에 첨가하려 했던 이유는 WCC가 전도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전개하려는 느낌이 든다.

 WCC는 다른 교단들을 신학적으로 정죄하고 신도를 빼가는 개종에 반대한다. 하지만 타종교인에 대한 전도를 반대하지 않는다. 2012년 9월 WCC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WCC선교성명은 전도를 이렇게 정의한다.

 전도는 담대하지만 겸손하게 우리의 신앙과 확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그러한 나눔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자비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선물이다.… 교회는 … 전도에 대해 새롭게 헌신해야 한다(8항).

 그러나 WCC는 타종교인을 전도할 때 물질제공, 약점이용, 강제력 사용을 반대한다. 그것은 비단 WCC만이 아니다. 2011년 1월 28일 WCC,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PCIDE)가 5년간의 연구결과로 발표한 “다종교적 세계에서 기독교인의 증언: 행동지침”(Christians Witness in a Multi-religious World: Reconciliations for conduct)도 그것을 말한다.

 기독교인들이 속임수와 강제 수단에 의지하여 부적절한 방법으로 선교를 행한다면 그들은 복음을 위반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만일 전도에 물질 제공과 강제가 사용되는 것이 허용된다면 첫째는 복음에 위배되는 것이며, 둘째 극단적 무슬림이 기독교인들을 강제 개종시키는 것을 반대할 정당성이 없게 된다.

 WCC의 개종반대 입장을 살피기 위해서 정교회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1552년부터 로마가톨릭교회의 선교 수도회들은 정교회 지역에서 정교회 소속 교회들을 교황청 산하 로마가톨릭교회와 연합시키는 개종활동을 하였다. 따라서 정교회는 16세기부터 개종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정교회가 WCC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던 인도 뉴델리 총회는 「그리스도교 증거, 개종, 종교의 자유」(Christian Witness, Proselytism and Religious Liberty) 문서를 채택했고, 개종을 “증언의 타락”(a corruption of witness)이라고 비판했다. 그후 1970년에 WCC 대표(개신교와 정교회)와 로마가톨릭 대표로 구성된 공동연구위원회(Joint Working Group)는 「공동증언과 개종」(Common Witness and Proselytism)에 대한 연구 문서를 발행했다.

 위의 두 문서는 “참된 증거”(authentic witness)와 “개종”의 차이점을 논의했다. 이 문서들은 개인의 양심에 근거하여 교회소속을 바꿀 권리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다른 교회를 분열시키고, 신도를 빼내려는 의도를 개종이라고 간주했다. 그리고 다른 교회의 신도에게 물질이나 사회적 이익을 주어 개종시키는 것도 잘못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세계교회 차원에서 “개종전도금지반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며 설득력이 없다. 한국교회 안에서 혹 개종을 전도로 이해하는 관습이 있더라도 그것이 세계적 차원에서 “개종”과는 의미가 다르다.

정교회의 개종(신도 빼가기) 반대 입장은 1990년대 소련의 붕괴 이후 한층 더 강화되었다. 그것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안에 외국선교사들의 공격적 전도전략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주로 미국, 서유럽과 한국의 선교사들 가운데 일부는 구소련지역을 무신론지역으로 이해하고 선교하거나, 정교회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정교회 교인들까지 전도했다. 하지만 동구권에는 70% 이상의 정교회 교인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공격적 선교방식을 택하는 선교사들은 정교회가 복음전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교회는 공산정권 아래서 오랫동안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고 수난가운데 교회를 유지했다. 또한 무슬림 지역에 있는 정교회는 억압가운데 살아왔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정교회는 서방교회처럼 자유로운 선교를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에는 1만개 이상의 교구가 생겨나는 부흥을 경험하고 있고, 다른 동구권에서도 교회부흥이 일어나고 있다.

 1989년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WCC중앙위원회는 개종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할 것을 권고했고, 1996년 살바도르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CWME) 대회는 개종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었다. 많은 개종 사례가 발표되고, 기존교인들을 향한 금품제공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여기서 모스코바 정교회는 정교회에 대한 공격적 선교활동을 ‘복음화’가 아니라 ‘미국화’와 ‘한국화’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지역교회의 온전성(integrity)을 인정하지 않고 지역문화에 무감각한" 개종과 강제전도를 비판했다. 살바도르 대회는 "한 교회의 공교회성은 다른 전통과 문화를 가진 교회들과 함께 하는 관계성의 질에 의해 높아진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1997년 WCC의 제2분과(CWME)는 ‘공동의 증언을 향하여:선교에 책임관계를 수용하고 개종을 단념하라는 요구'(Towards Common Witness:A Call to Adopt Responsible Relationship in Mission and to Renounce Proselytism)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는 개종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일치를 깨고, 복음의 진정성을 해친다고 경고하고, 선교단체들이 ‘경쟁적 선교’가 아닌 ‘일치를 통해 복음증거’ 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개종과 참된 기독교증언을 구별하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다른 교회의 교리, 신앙, 신앙실천을 이해하거나 대화하지 않고 부당하게 비난하는 행위 △자기 교회만 참교회이고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재세례를 하는 행위 △다른 교회의 약점을 통해 자기 교회가 도덕성과 영성이 우월하다고 이용하는 행위 △교인 증가를 위해 다른 교회 문제를 비 신앙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기존 교인을 유인하기 위해 물질과 교육의 기회를 주는 행위 △개종을 목적으로 외롭고 병들고 우울한 사람들, 자기 교회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을 이용하는 행위.

 따라서 ‘개종전도 금지반대’ 항목을 언급한 이번 공동 선언문의 내용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한국교회에 대한 정교회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고, 세계교회의 비웃음을 살 수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신학방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해결책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우선 관계자들은 WCC와 정교회를 향해서 공동선언문은 한국의 일부 보수교회가 개종반대를 전도에 대한 반대로 오해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임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종반대의 본뜻을 오해하는 한국의 일부교회를 향해서는 WCC의 개종반대 입장은 교파상호 간에 존중하고 공동증언을 추구하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공동선언문을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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