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오영철 선교사 기고문

                선교지의 불편한 진실  

개신교 선교로는 아시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미국장로교(PCUSA)가 침체되는 교세와 재정란으로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던 동아시아 선교사무실이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이로써 미국장로교 선교사들은 본국 철수나 재배치 한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이외에 달라진 선교개념이나 방법등도 원인이 있겠으나 근본적인 것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재정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이미 미국장로교회는 한국교회에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충분한 사역지와 자원을 남겼다. 학교 병원 그리고 교회들이다. 이를 복음의 빚진자의 개념으로 한국교회는 세계도처에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많은 성과와 함께 문제점도 남겼다. 아직도 서구가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반복하지만 앞으로 한국 선교사들 앞에 직면한 것은 나라와 지역마다 시간차는 있겠으나 현실로 다가올 것의 고갈이다. 

이미 현재 달라지는 선교지 지도자들과 조응하는 선교사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마주한 현실을 주관이 아닌 객관으로 정직하고 고백하고 선한 방향으로의 사역을 준비할 것인가? 가 문제다.  더 이상 먹이고 입히고 지어주는 선교는 서서히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교단은 아니지만 태국에서 선교하는 오영철선교사(합동) 선교사의 아프고 불편한 사실을 소개한다.

이 내용은 오선교사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글로 두 개의 글이다. 다만 이 글 소개 목적이 전통적으로 하고 있는 선교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모른 체 하지만 현지인도 느끼근 문제로 공동의 문제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Missio dei 선교사라면 변화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오영철선교사와 현지 스님

오영철선교사(제주대, 총신대, 영국 에딘버러와 풀러에서 공부, 치앙마이 현지 실로암신학교)

     선교사들이 올 때는 항상 재정 후원과 함께 옵니다

선교 사역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돈’이다. 선교사들은 선교 훈련 과정에서 ‘돈으로 선교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실제로 많은 선교단체들이 ‘재정을 통한 선교’를 지양하라는 내용을 정책으로 명문화하기도 한다. 선교사들 가운데 자신이 ‘돈으로 선교한다’는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선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어떠한가?

“선교사들이 올 때는 항상 재정 후원과 함께 옵니다.”

이것은 태국의 한 라후족 목회자의 말이다. 그의 시각에서 볼 때, 선교사의 사역은 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언제부터 그런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어릴 때부터 선교사님들은 항상 재정 후원자였고, 라후 교회는 그것을 받는 수혜자의 입장에서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라후 교회 내에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였기에 외부 선교사들과 자주 교류하였다. 그는 아버지가 선교사를 만날 때마다 늘 재정과 관련된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교사는 재정을 통해 사역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것이다. 나는 선교사들의 재정이 실제로 현지 교회 사역에 어떤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지역 교회들은 주로 예배당 건축이나 필요한 물품 후원을 위해 요청을 합니다.”

그가 경험한 라후 교회에서의 선교사란, 예배당 건축을 중심으로 사역하는 존재였다. 이런 인식을 더욱 굳힌 것은 그가 여러 라후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받았던 요청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이 그에게 선교사와 연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악기 구입, 교회당 수리나 재건축, 각종 물품 구입 등 선교사를 ‘재정 후원자’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여러 교회가 모이는 시찰회나 지방회 모임에서도 선교사의 재정 역할이 반복해서 언급된다고 한다. “지방회 교회 지도자들은 선교사들에게 종종 집회에 필요한 재정을 요청합니다.” 교사가 초청받는 집회에서 그의 주된 역할은 ‘영적 강사’가 아니라, ‘재정 후원자’로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선교사에게 몇 시간의 강의나 설교 시간을 배정하면서, 어느 정도 후원이 가능한지 묻습니다.”

그에 따르면 선교사나 외부 강사에게 주어지는 시간 배정도 집회를 위한 재정적 유익과 직결되어 있었다.
그는 이런 형태의 사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라후족 교회들도 충분히 헌신하면 스스로 예배당을 건축하고, 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엔, 재정을 제공하는 선교사는 자연스럽게 ‘돈으로 사역하는 선교사’로 인식된다.

그는 라후족 안에서 선교사의 재정 중심 사역이 일종의 문화처럼 굳어졌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이에 대해 한국 선교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이런 현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회 헌당과 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한국 교회들이 그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예배당 헌당 예배에 참석한 선교사의 사진을 받고 나면, 그 선교사를 ‘사역을 잘하는 선교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도움을 받는 교회도, 지원하는 교회도 모두 만족하기 때문에, 재정 중심의 선교는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023년 6월 20일, 한국 선교를 대표하는 세 단체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기독교 한인 세계선교협의회(KWMC)가 모여 중요한 선언을 발표했다. 바로 “물질에 기반한 선교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이는 한국 교회 선교단체들, 선교사 리더십, 미주 한인 교회 모두가 재정 중심 선교의 문제점에 공감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라후족 목회자가 지적한 재정 중심의 선교 방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물론 이것은 한국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모든 선교지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모든 한국 선교사가 라후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재정적 후원만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외부 지원을 받은 교회 건축과 집회들이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낳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역시 라후 교회의 자립과 부흥을 위해 진심으로 헌신하며 고민한 선교사들을 알고 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이 세워졌고, 지금도 그러한 일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라후족 한 목회자의 진심 어린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선교사의 사역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의 말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경험하고 관찰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태국보다 더 가난한 미얀마의 카렌 침례교회는 매년 만명 가까이 참석하는 정기 총회를 외부의 재정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외부 손님이 참석해도 재정적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진심 어린 섬김으로 맞이한다. 그들은 지역 교회 예배당 뿐 아니라, 지방회나 총회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건축을 스스로 감당한다. 그들의 주거환경은 태국의 소수민족보다 열악하고, 수입도 태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자립적이다. 더 많은 자원이 있는 라후족은 외부에 의존하고, 더 가난한 카렌족 교회는 자립하는 이 대조적인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선교사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라후족 한 목회자는 그 원인을 다양한 선교사들의 ‘재정 중심 사역’이 반복된 결과로 보았다. 더 나아가 그는 한국 교회의 재정 후원 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왜냐하면 그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본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선교사와 현지 교회, 그리고 후원 교회 간의 역동적인 관계까지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태국의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선교사의 사역을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적어도 한 라후족 목회자의 평가는, ‘재정에 기반한 선교를 지양하자’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선언과 깊이 공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라후족의 전통복장

            불편한 진실: 이제 우리 스스로 건축하려는 교회는 없습니다

라후족 한 목회자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2025년 3월 11일, 치앙마이에서 라후족 목회자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선교사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선교사들이 라후족 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표현했다. 이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선교사들의 사역과 다를 수 있으며, 선교사들의 보고된 사역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중 하나가 교회의 건축 문제였다.

“이제 제가 속한 태국 기독교 총회(CCT) 라후족 교회 가운데 스스로 교회를 건축하려는 곳은 없습니다.”
라후족 마을도 경제적으로 나아졌고 차량도 제법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스스로 교회를 건축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국 교회의 건축 지원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제가 설교나 강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 20곳 정도의 교회는 모두 한국 교회의 건축 지원을 받았습니다.” 물론 스스로 건축하는 교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90% 이상의 교회는 한국 교회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라후족 교회도 스스로 교회를 건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교회를 건축할 때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제가 ‘우리도 이제는 스스로 건축하자’고 하면, 주변 지도자들은 저를 불편해합니다.” “그들은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들이 받아야 할 도움을 차단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런 모습이 학개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태도와 닮았다고 말했다.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나의 집은 이렇게 무너져 있는데, 너희는 저마다 자기 집 일에만 바쁘다(학개 1장 6절)" 그는 라후족 교인들이 자신의 집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희생을 하지만, 하나님의 교회당을 위해서는 희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개 시대에 이스라엘 민족이 자기들의 집을 열심히 건축하는데, 성전 건축에 관심이 없는것과 같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이 태국 기독교 총회(CCT) 24지방회에 속한 라후족 교회만의 현상일까? 내가 동역하는 카렌 침례교회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회 전도국이 외부 단체와 협력하여 지역 교회 건축 지원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서양 단체가 교회 건축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이제 교회 건축 지원이 총회 전도국의 하나의 사역이 되어버렸다. 현재 적지 않은 한국 선교사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카렌 교회 건축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건축 지원사역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감사한지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선교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과거 가난할 때는 스스로 건축을 하였는데, 경제적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전체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던 케냐 감리교회 감독 자블론 니탐부르(Zablon Nthamburi)는 이와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아프리카 교회는 서구 파트너들의 지원을 계속 받는다면 성숙해질 수 없습니다. 스스로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한 유아로 남을 것입니다.” 라후족 교회는 교회 건축에 관하여 자블론 목사의 언어표현으로 하면 성인의 자세에서 유아의 자세로 퇴보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선교사들의 지나친 교회건축 지원이 있었다.

라후족 한 목회자가 경험한 라후족 교회의 경우, 선교사들이 교회 건축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결과적으로 라후족 교회는 선교사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선교지에서 적지 않은 선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감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의존적인 교회가 자립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넘어 다른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섬기는 선교적 교회가 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국 선교사(교회)의 지나친 재정 지원과 열심이 오히려 선교지가 선교적 교회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어제 매홍손 빠이에 있는 카렌족 무앙노이 교회를 담임하는 분송 목사와 통화를 했다. 마침 람빵 턴이라는 지역에 개척 교회를 세우려는 계획을 논의하던 중, 그는 중요한 선교 원리를 이야기했다. “선교사들로부터 교회건축이나 목회자 사례비를 지원받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는 선교사들은 임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게 의존하다가 그들이 떠나면 사역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사례비나 교회건축 등에서 선교사의 도움 없이 개척 사역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나에게 요청한 것은 사례비나 건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건강한 교회가 세워질 것인가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태도는 의존적인 라후족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그의 관점은 선교사들 역시 배워야 할 중요한 시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원칙을 자신의 모교회에서 실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교회에서도 이를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교사의 역할은 재정을 지원하고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교회가 자립하여 선교적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물론 일부교회는 외부 건축 지원이 교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지 교회가 깊은 헌신을 한 이후 부족한 부분을 도움받는 경우이다.

한국의 많은 교회들은 선교사와 연결되어 현지에 교회를 건축할 때 기뻐하며 감사한다.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졌기에,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 중에 분명히 선한 결과로 결실되어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라후족 한 목회자의 고백은 이러한 한국 교회의 선교 방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그는 한국 교회의 건축 지원을 받은 라후족 교회가 오히려 헌신을 약화시켰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할 때가 있다. 선교지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태국의 CCT 라후족 교회가 점점 더 의존적인 교회로 변해가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한국 교회의 귀한 헌신이 정작 현지 교회의 헌신을 약화시켜버렸다. 의도가 긍정적이라고 해서 결과 또한 반드시 긍정적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선교지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진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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