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은 혐오보다 강합니다”

        김형국 목사, 감리교 총회재판위원회 최후진술문

김형국 목사는 2024년 6월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드린 후 감리교 충북연회로부터 ‘동성애 찬성·동조’ 혐의로 출교 판결을 받았다. 그는 39년간 감리회 목사로 헌신하며 제천양화교회에서 약자와 함께 사역해왔다. 김 목사는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자신의 신앙 양심을 고백하며 공정한 판단을 호소했다. 그의 축복기도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려는 행위였다고 주장한다. 재판 결과는 감리회의 정의와 사랑의 전통에 중대한 메시지를 남길 것이다. 이 최후진술문은 그의 신앙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간절한 호소를 담고 있다.

   
 

                  존경하는 총회재판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

저는 충북연회 제천동지방 양화교회 목사 김형국입니다. 이 자리에 선 것은, 단지 피고인의 신분 때문만이 아닙니다. 39년 동안 감리회 목회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하나님 앞과 교회 앞에 저의 신앙 양심을 고백하기 위함입니다.

2024년 6월, 서울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저는 한 목회자로서 하나님의 자비와 평화를 구하는 축복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기도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었습니다. 교단질서를 어기려는 마음도 없었습니다. 오직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임하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기도가 ‘동성애 찬성·동조’로 간주되었고, 저는 ‘출교’라는 가장 중대한 징계를 받았습니다. 출교는 한 사람을 교회 공동체에서 완전히 끊어내는 판결입니다. 그렇다면 세 가지가 반드시 입증되어야 합니다.

첫째, 고의성 – 의도적으로 교단질서를 위반했는가?
둘째, 명백성 – 교리와장정이 금지한 행위에 해당하는가?
셋째, 실질적 피해 – 교단과 공동체에 실제 해악을 끼쳤는가?

저는 그 어떤 고의도 없었습니다. 금지된 언행을 한 적도 없습니다. 교단의 질서와 신앙에 해를 끼친 사실도 없습니다.

교리와 장정 제3편 재판법 제1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의 재판은 교리와 장정을 수호하고 범죄를 방지하여 교회의 권위와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영적 유익을 도모하는 데 있다.”

저는 단 한 번도 교회의 권위에 도전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감리회의 장정 아래에 목사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 재판이‘회개의 기회’가 아니라, 배제와 단죄를 위한 형식이 된다면, 그것은 장정이 명시한 목적에서 벗어난 절차입니다.

고소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도가 어렵게 됐다.”
“교회 분위기가 나빠졌다.”
“교세가 감소했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는 없습니다. 수치도, 사건도, 증거도 없습니다. 그저 막연한 분위기 변화, 심리적 불편함일 뿐입니다.

교리와장정 제1409단 제9조 1항은 “범행으로 피해를 입은 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피해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교를 내린다면, 감리회 재판의 공정성은 뿌리째 흔들릴 것입니다.

권면 절차 역시 형식적이었습니다. 마태복음 18:15~17의 말씀대로 권고하지 않았습니다. 고소인들은 서면으로 권면서를 보냈을 뿐, 구체적인 권고나 대화 시도는 없었습니다.

또한 연회재판이 끝난 뒤, 저는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감정이 불편하다.” “기분이 나쁘다.”“태도가 반성적이지 않다.”

이런 이야기는, 법리보다 감정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재판위원장께서는 “감리회 목회자는 교리와장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원칙은 피고인에게만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소인과 재판위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한쪽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다른 쪽에는 기준을 완화한다면, 그 재판은 이미 공정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것은 교단 사법제도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길입니다.

저는 1986년 홍천지방에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39년간 감리회 목회자로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22년간 제천양화교회를 섬기며 노인, 장애인, 농민, 사회적 약자와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자비량 목회로, 성도를 집에서 모시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출교는 단순한 징계가 아닙니다.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삶 전체를 부정하고, 사역과 생계, 은퇴 이후의 삶까지 불확실한 혼돈속으로 몰아넣는 가혹한 형벌입니다.

감리회는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사랑과 포용의 전통을 이어온 교회입니다.

저는 묻습니다.

저의 축복기도가 감리회의 질서를 무너뜨립니까?
감리회의 신앙이 축복기도 하나에 흔들릴 만큼 약합니까?

저는 감리회가 감리회다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정의와 사랑, 은혜와 자비가 살아 있는 교회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고(故) 김지길 감독님의 묘비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상황판단은 정확하게 하고, 그 처리는 덕스럽게 하라.”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실질적 피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 판결이 감리회에 남길 메시지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재판은 징벌을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우리가 회중 앞에 세우는 이 법정은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을 도모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드린 기도는 누구를 정죄한 것도, 누구의 권리를 침해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만,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을 구한 지극히 신앙적인 행위였습니다.

만약 재판부께서 제 기도가 교리의 경계를 넘었다고 판단하신다면, 먼저 그 교리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키려 한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리는 족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울타리입니다. 사람을 가두는 담장이 아니라, 은혜 안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지켜주는 경계선입니다.

교리와 장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죄를 단죄하는 칼만이 아니라,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세우는 지팡이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고백합니다. 저는 감리교회 목사입니다. 그 부르심 앞에 저는 부끄럽지 않게 기도했고, 지금도 그 기도의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저의 축복기도가 출교의 이유가 된다면, 그것은 곧 교회가‘축복하는 기도’자체를 단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기도는 목회자의 본질적인 사역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 기도까지 재단한다면, 교회는 스스로 생명력을 훼손하는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저는 묻습니다. 그 판단의 무게와 결과를, 감리회가 정말로 감당할 수 있습니까? 그 선택이 남길 상처와 파장을 정말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은 혐오보다 강합니다. 감리회가 그 진리를 세상 앞에 증언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08월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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