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제네바교회 ‘권징 설교’ 강조
이정숙 박사(횃불 신대원 부총장)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이 주최한 제 9회 종교개혁 기념 학술세미나’ 에서 주제강연을 한 이정숙 박사가 ‘16세기 제네바교회와 21세기 한국장로교회’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 시대 진정으로 필요한 설교는 ‘권징’”이라고 강조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 박사는 “다양한 죄에 대한 경고, 우리 죄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 이 사회가 얼마나 죄를 부추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을, 설교와 실제적인 목회 프로그램에서 반복적·효과적으로 드러내 성도가 성도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명장부를 정리할 수 없는 오늘의 개신교회, 경쟁적으로 교인 모시기에 급급한 한국교회에서 권징의 효과를 어떻게 보겠느냐”면서, “목회자를 포함한 모든 성도의 신앙과 삶 훈련에 더 관심을 가짐으로 권징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박사는 “칼뱅이 말한 바 권징은 성도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능력과 복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외적 수단(external means)이 되는 교회의 사명으로, 교회는 권징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막고, 죄인을 회개시키며, 공동체의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훈련과 권징은 ‘구원의 언약 안에 들어간 성도지만 여전히 죄성을 이기지 못하고 수시로 죄를 짓는 것을 책망하고, 무지하여 마땅히 배울 바를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은 성도를 가르치며 훈련하고, 고집스러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시적으로 수치를 경험하게 함으로 회개를 이끌어내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이는 성화의 여정을 걸어 나가는 모든 성도가 사는 동안 구원의 능력과 복을 경험하고 온전히 이루어 가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칼뱅이 1541년 제네바교회의 목사로 재입국하면서 제시한 조건도 소개했다. 당시 칼뱅은 “만약 여러분이 나를 당신들의 목사로 원하신다면, 여러분들의 생활의 무질서를 고치셔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망명생활하는 나를 다시 부르시는 것이라면 여러분 가운데 만연해 있는 범죄와 성적 방탕함을 청산하십시오. 내 생각에 복음의 가장 큰 적들은 로마의 교황도, 이단도, 유혹하는 자들도, 독재자도 아니고 바로 ‘나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선한 행위가 없는 죽은 믿음이 무슨 쓸 데가 있겠습니까? 진리 자체인들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사악한 삶이 깔려 있고 행하는 것이 말한 것을 부끄럽게 한다면, 나를 두 번째로 이 도시에서 내치셔서 나로 새로운 망명지에서 고통의 쓰라림을 다스리게 하소서”라고 말했다.
당시 제네바교회는 칼뱅의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며 컨시스토리(치리회, The Genevan Consistory)를 세웠는데, 이곳의 소환 이유는 다양했다. 크게 나누면 종교적인 내용과 도덕적인 내용으로 구분된다.
종교적인 내용은 예배를 소홀히 한 것, 예배에 필요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성찬 관련 문제(출교 중 성찬을 받은 경우, 성찬에 정기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우)가 주된 내용을 이루었다.
도덕적인 내용은 참으로 다양했다. 부부·이웃 간의 갈등과 싸움, 성적인 문제, 결혼 약속 파기, 불경한 언어생활, 권위에 대한 불순종, 술취함, 카드놀이, 저속한 노래와 춤, 우상숭배, 미신행위, 고리대금이나 돈과 관련된 문제, 외국인 혐오 관련 사건 등이었다.
컨시스토리는 문제가 있어 온 사람들을 경우에 따라 권고도 하고, 교육을 주선하기도 하고, 화해를 중재하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일시적 성례전 금지라는 출교를 명하였다. 출교 당한 자는 자녀를 세례에 데려올 수 없었고, 결혼을 앞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었다. 어떤 경우이든 컨시스토리를 통한 해벌(restoration)을 받아야 성찬에 다시 참여하거나 결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칼뱅의 권징은 권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를 목적으로 했다. 이 박사는 “권징은 하나님의 영광과 권위를 위하여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 교회와 신성과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바른 신앙생활을 하게 하기 위함이었다”며 “권징의 설교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 16세기 교회의 모범이라 불렸던 제네바교회에서 칼뱅이 중요시했던 권징이 교회 안에 부활해, 교인의 죄를 회개시키고 바른 신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목회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외에 이보민 박사(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전 미국복음대학 교수)가 ‘고신신학과 칼뱅주의: 역사적·교리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