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 기독인 선언 발표

            22대 총선 진보 기독인 단체 선언문

   
 

2024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이하였다. 왜냐하면 군사 독재라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던 한국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과 신(新)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검찰 독재라는 역사적 퇴행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는 생태 위기와 정치적 극단주의의 극복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이권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권력을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휘두르는 모습은 윤석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진행된 지난 2년 동안의 퇴행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는 더욱 심각한 역사적 퇴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은 혐오와 증오의 정치가 심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기편’과 ‘진영’의 결집은 정치의 기본이지만, 이것이 반드시 혐오와 증오를 증폭시키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강화된 정치적 극단주의는 혐오와 증오를 동력으로 하며, 그 주된 대상은 사회적 약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우슈비츠의 비극’과 같은 20세기의 역사를 통해 혐오와 증오의 정치가 가져올 참혹한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교회는 사랑의 실천을 가장 중요한 계명(막 12:33)으로 여기며 “모든 사람에게 나타낼” 온유함(딛 3:2)은 혐오와 증오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정치적 영역에서 “소금과 빛”(마 5:13~16)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원한다면 혐오와 증오의 정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직면한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교회는 명목상으로 ‘정교분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근본주의 교회는 기독교 극우 세력과 같은 정치적 극단주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과잉 대표하고 있는 근본주의 교회의 잘못된 행태를 용납할 경우, 극우화된 교회는 정치적 영역에서 기독교의 가치를 더욱 심각하게 왜곡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의 왜곡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사명이자 신앙적 사명이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통해 모순적인 현실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믿는다. 정치가 현실을 바꾸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2024년 총선에 임하는 한국교회는 사회적 왜곡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2024년 총선에 임하는 그리스도인 선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실천해야 할 정책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시대적 전환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첫째, 한국교회는 기후정의와 생태 문명을 바로 정립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현실이다. 사실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무한한 이윤에 대한 욕망을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을 통해 채우려 하였다. 과거 교회는 이 땅의 주인이 인간이 아님을 고백하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무작정 파괴하는 개발 정책들을 거부해야 했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경제적 우상화를 비판하며 기후정의와 생태 문명을 바로 정립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는 남북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정책적으로 가장 후퇴한 분야는 바로 남북 관계 개선이다. 이는 사유화된 정치권력이 권력자의 무능을 덮기 위해 냉전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데 남용되었기 때문이다. 현 정권 수뇌부는 정권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남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과거 냉전 시대에 한국 사회가 직면하였던 민주주의의 위기가 반복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진정 “화평케하는” 역할(마 5:9)을 감당하려면 이번 총선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셋째, 한국교회는 개헌, 검찰개혁, 선거제도 개선, 지방분권 및 지방 자치 강화 등을 위한 정치개혁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87년 체제의 등장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누가 혹은 어떤 사회적 집단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발전과 후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완전한 연동형 선거제를 위한 법제 개선은 당면한 과제이다. 2024년 총선의 선거제인 준연동형은 병립형에 비해 한 걸음 나아간 제도이지만, ‘위성 정당’의 난립을 막을 수 없다. 또한 지방 소멸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분권 및 지방 자치 강화를 위한 정치개혁은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퇴행적인 검찰 권력의 사유화를 막고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은 더 이상 늦춰서도 방조해서도 안될 일이다. 또한 이번 총선 이후에 각 당의 지도부는 개헌을 통한 권력 균형과 정치 제도의 선진화에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넷째, 한국교회는 경제정의를 강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경제정의 강화 및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는 단순히 경제 문제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현재의 정치적 극단주의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냉전 시대의 모순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노동자층과 저소득층에게 떠넘김으로써 손쉽게 해결하려 했다. 빈부의 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안전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정치적 극단주의가 힘을 얻기 시작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성 확대와 같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경제정의를 강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2024 3. 10.
                 
                              22대 총선 기독인선언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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