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물고 튼 한국 개신교 NCCK의 스위스 글리온 회의 40주년 회고

신군부의 집권이 끝나갈 무렵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NCCK는 남북간의 대화를 위하여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속에서 국제기구인 WCC에서 일하는 한국인 실무자들을 통하여 국제적 연대로의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 모임 2년전인 1984년 남한보다는 자유로운 일본의 재일대한기독교회가 일본 NCCJ와 함께 후지산 인근의 휴양지인 도잔소(동산장)로 북한의 기독교지도자들과 남한의 대표을 초청한 모임을 갖은 바 있었다. 북한지도자들은 오지 못했지만 평화 통일의 장정을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
이에 고무된 NCCK는 국제 네트워크를 통하여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과 북의 그리스도인들을 불러낸다. 이 때 처음으로 외국에서 마주 앉은 남과 북의 기독교지도자들은 정치적 대화를 배제한 체 그리스도인으로써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예배와 성찬을 통하여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40년. 그 신앙을 기억하고 한반도·세계 평화를 바라는 국제 에큐메니칼 파트너쉽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에서 다시 모였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WCC(세계교회협의회), CCA(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공동주최하는 ‘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개회예배가 9일(수) 오전 9시 30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국내·외 약 300의 에큐메니칼 개신교계 공동체 구성원들이 이전 보다 더 막힌 남북한의 현실을 놓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를 나눴다.
이 대회의 주관자인 정훈 NCCK 회장(예장통합 총회장)은 환영사에서 “제재와 압박, 군사적 위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힘에 의한 질서를 강요받고 있다”며 AI 자율살상무기와 기후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70년이 넘도록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교는 제리 필레이 WCC 총무가 전했는 데 하나님 나라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됐다”고 선포하며 하나님 나라의 표지로 생명·정의·평화·화해를 제시하며 “병자를 고치고 배제된 이들을 품고 굶주린 이들을 먹이는 곳에서 하나님 나라는 생명을 주는 나라로 드러난다”고 말하며 “정의 없는 평화는 권력이 강요한 침묵일 뿐”이라며, 한반도의 정의란 “남과 북 모두가 겪어온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존엄을 존중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대표해 축사를 전한 정동연 통일부장관은 “철조망은 평화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성경 구절과 연결해 소개했다했다. 또 CCA 문정은 총무는 “한반도의 분단은 정치·군사적 문제를 넘어 깊은 인간적·도덕적·영적 비극”이라 언급하며 “세상이 ‘적’을 보게 될 때 교회는 ‘이웃’을 보게 하는 일을 부름받았다”며, “화해는 서두르거나 강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훈 마티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와 화해가 살아 숨 쉬는 삶의 질서”라고 말하며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회칙인 ‘프라텔리 투티’ 인용한 이 의장은 “평화를 향한 노력은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대회에서 채택될 ‘2026 서울 평화선언문’이 세계에 울려 퍼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개회예배가 열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김장환 엘리야 관구장은 “(이 성당이) 1987년 6월항쟁의 진원지”였음을 상기시키며 “참된 평화는 민주주의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관구장은 “한국교회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하고, 평화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평화를 일구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