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도시에 사는 사람은 더 많이 늘어나고 있죠. 사람은 자신들을 포근히 품어주던 자연의 품을 떠나 거친 공간으로 제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차소리, 사람을 집어 삼킬 것 같은 마천루, 코를 찌르는 싸한 새벽의 공기까지… 도시는 사람보다 다른 무언가를 위해 존재하는 곳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시를 마냥 싫다고 내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꿈을 꾸는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키우고 사랑을 품는, 사람 사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도시란 무엇인지, 어떤 도시를 꿈꾸는지, 내가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한번 보듬어 봅시다. 식상한 문구지만, 도시를 여행해봅시다. ^^
첫번째 도시 여행 – 서울 : 키워드 1.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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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보는 또 하나의 시선 – 평화 ‘서울’이라는 어마어머한 도시에는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한강의 신화? 이제 서울에 다른 단어를 입혀보자. 다른 시선으로 서울을 바라보자. 그 첫번째 ‘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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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평화’라는 키워드로 바라본다는 건 낯설고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전쟁을 고스란히 겪은 풍파의 도시이기도 한 도시이며 조선왕조의 수도로 600년이나 모진풍파의(?) 세월을 보낸, 세계 그 어떤 도시보다 평화의 눈으로 바라보기 좋은 곳도 바로 서울이다. 어떤 눈으로 보는 게 평화로 서울을 보는 건지는 차차 알아가보도록 하자 ^^
처음으로 둘러볼 곳은 얼마 전에 성미산 자락에 문을 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다. 보편적인 여행잡지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일본’편에서 ‘여성 평화 박물관’을 소개한 적이 있다. 도쿄에 작은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자료실. 이곳은 일본 위안부 여성들을 기록한 자료들을 모아둔 작은 박물관이다. 이곳을 다녀온 후 한국 어느 곳에든 일본 위안부를 기억하는 작은 공간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여성인권 박물관을 만든다, 만든다, 소식이 들려오다가도 또 잊혀지곤 했다.
그러다 2012년 5월 5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http://www.womenandwar.net)과 시민들의 오랜 준비와 후원금을 모아 9년만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박물관을 만들면서 서울시와 여러 단체들과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시의 지원 약속을 받아 서대문 독립공원에 서대문 형무소와 함께 조선과 일본의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보는 장소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수시로 벽에 부딪혔다.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일본 위안부의 기록이 독립운동 역사 현장과 나란히 서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는 한발 물러났고, 박물관 추진은 앞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려는 시민들, 일본의 역사를 똑바로 보려는 일본인들 및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이 주머닛돈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시민들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다.
처음에 계획했던 것 만큼 멋지고 큰 박물관은 아니다. 작고 소박하다. 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거듭댄 고민을 한 공간이라는 걸 한 걸음만 디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미산 마을 근처의 골목길, 주택들 사이에 자리잡은 박물관 ^^
입장권을 구입한 후, 매표소 맞은편 문을 열고 지하로 향해보자. 문을 열면 어린 소녀들이 저벅저벅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소리와 모습을 볼 수 있다. 길 양쪽에는 소녀의 이미지와 할머니들의 얼굴과 손바닥 형상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는 할머니들이 손수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수 십년도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일만은 잊히지 않나보다. 저고리를 입은 어린 소녀는 총을 든 무시무시한 군인들에 이끌려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
지하로 들어서니 강덕경 할머니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매표소에서 "오늘은 강덕경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거에요"라고 하니 날마다 출연하는 할머니가 다른 듯하다.
강덕경 할머니는 "192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6살 때 근로정신대 1기생이 되어 일본 도야마현 후지꼬시 공장으로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의 고된 노동과 배고픔 때문에 도망을 쳤다가 일본장교에게 붙잡혀 강간을 당하고 그 후 위안소로 넘겨졌다. 약 1년 동안의 일본군성노예 생활 끝에 해방을 맞았고, 귀국 후 부산 등지에서 식당일, 남의 집 일 등을 하며 살았다. 1992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후 유엔, 일본집회 등의 활동에 참여했으며, 1997년 2월에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일본군’위안부’로 겪어야 했던 경험과 일본정부에 대한 요구를 그림으로 그려낸 ‘빼앗긴 순정’, ‘사죄하라’, ‘책임자 처벌’ 등의 유작을 남겼다."
강덕경 할머니가 그린 그림
(왼쪽부터) 라바울 위안소 / 빼앗긴 순정 / 책임자를 처벌하라 (출처 http://www.hermuseum.go.kr)
80세가 넘은 나의 할머니도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며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소학교 다닐 땐가 동네에 사람들이 왔거든. 그때 공군 비행장에 가서 청소하고 비행기 닦는 일을 하면 돈을 많이 준다하드라. 그래서 나도 갈까 생각했지. 그런데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는 데로 가는게 무서워서 그냥 안 갔다. 소학교 졸업하고 동사무소 같은데서 급사로 일했어. 타이쁘(타이핑) 치는 일. 생각해보니까 그때 공군 비행장으로 간 친구들이 있는데 아마 일본 사람들한테 속아서 몹쓸 짓 당했을기다. 아마 그런가싶다…."
기록들을 보면 위안부를 하기 위해 간 여성은 없다. 돈을 벌기 위해, 납치를 당해서, 누군가에게 속아서…. 원하지 않는 역사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그리곤 소녀의 몸과 꿈은 군화발에 짓눌렸다.
할머니들은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지 못했을거에요"
"그놈들이 한 걸 생각하면 보상하는 것으로도 한이 안 풀린다.
"원통해서 못 살겠다. 내 청춘을 돌려다오"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인데 일본 정부는 왜 증거가 없다고 합니까?"
"한 마디라도 진실한 사죄의 말을 듣는게 소원이죠"
지하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빼놓지 말자. 할머니들의 메시지와 사진이 곳곳에 숨어있다. 박물관을 감상하는 순서는 <지하 – 지상 2층 – 지상 1층 – 테라스 – 기념품 및 책자 코너>로 돌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그동안 일본 위안부를 세상에 알리고,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애쓴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록은 정대협과 할머니들은 물론이며 시민들이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에서는 외교적인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쉬쉬했지만 세상에는 용감한 사람도 참 많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어 함께 자료를 구하고, 잘 보관한 기록과 물품들을 내어주었다. 위안소를 이용한 일본 군인의 일기장뿐만 아니라 위안부를 경험한 여성들의 신고와 상담을 받는 전화기까지 소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뿐 아니라 ‘살아있는 박물관’인 수요집회의 풍경들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았다. 수요집회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역사관,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이들이 매주 수요일 점심에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에 사죄를 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린지가 벌써 20년째다. 횟수로는 작년 말 1000회를 맞이했고, 올해부터는 1020회를 넘어섰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일본은 공식적인 사과,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세월이 지나고, 할머니들이 한 분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한 일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치지 않고 매주 수요 집회를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고, 또 할머니들을 기록한 박물관이 생겼다. 수요집회와 이곳을 통해 우린 할머니들을,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이런 추악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할머니들이, 시민들이, 수요집회가, 박물관이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건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이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인정과 반성이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 들러보세요>
가는 길: 주택가에 있어서 찾기가 쉽지는 않아요. 우선 홍대입구역 기준입니다.
2호선 홍대입구역 하차 후
– 마포 15번 마을버스 – 경성고교 사거리 하차
– 마포 06 마을버스 – 국민은행 사거리 하차
– 녹색버스 7711번, 7016번, 7737번 – 경성고교 하차
사거리에서 현대자동차 건물 맞은편 길에서 위쪽으로 조금 직직 – 첫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 표지판이 보일거에요. 따라가면 되요~그런데 이 골목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주위 분들한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주실거에요. 아직 모르는 분도 많지만, 두세분 정도 물어보면 알려주실거에요 ^^
여는 시간: 화요일~토요일, 오후 1시~6시 (2012년 5월에는 휴관없이 전일 개방)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39-13번지
입장료: 어르신(3000), 성인(5000), 청소년(3000), 어린이(1000), 단체(2000)
전화번호: 02-365-4016참고 사이트: http://www.womenandwar.net
후원계좌: 011201-04-008524(국민은행/정대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