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역할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글은 군산에서 돌베개교회를 개척하여 26년째 목회하고 있는 한 목회자가 봄 노회를 앞두고 노회밴드에 공개한 글입니다. 이와 비슷한 마음이지만 개인적 불이익이 올까 봐 할말을 하지 못하는 동역자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글로 보입니다. 귀한 글을 공개해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1. 최근 들어서 마치 조증(躁症)에 걸린 듯이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흥분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노회에서 발언이라도 하려고 하면 늘 제 마음에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목회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래서 주저앉곤 했습니다. 솔직히 노회 일에 별 관심도 없었구요. 하지만 최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묵과하는 것이 죄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무거운 얘기를 꺼내려고 합니다.
IMF 이후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97년도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서부터 최근의 노동개악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광풍이 이 땅에 불어 닥쳤습니다. 정리해고, 노동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자유무역협정 등이 이 시대의 주제어가 되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비롯한 사회적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자본과 탐욕의 무한질주를 막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굴뚝에도 올라가며 저항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말했는데, 그야말로 초대형기업의 슈퍼 갑질에 의해서 사회 전체가 흔들리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회의 공공영역은 갈수록 축소되고 언젠가는 물이나 공기 같은 공공재도 시장에 넘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을 청년들은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스스로 3포, 5포, 이제는 N포 세대라고 자조하며 헬조선에서 탈출하고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2. 우리는 니케아 신조 이후 교회의 네 가지 본질을 믿고 고백합니다. 교회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입니다(one, holy, catholic, apostolic). 굳이 신학과 신조를 들먹이지 않아도 교회는 공적 기관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특히 공교회성이 침해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교회성이란 특정 인종이나 계급, 특정 세력 등에 의해서 교회가 점유되지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교회에 경찰이 진입하기라도 하면 큰 일 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교회가 사적 탐욕에 의해서 휘둘리는 일이 생겨나곤 했습니다.
얼마 전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서 서울 YMCA 사태가 보도 되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표00 목사 일가가 그곳을 거의 점유하고 있더군요. 결국 서울 YMCA는 연맹으로부터 떨어져 나갔습니다. 최근 분규를 겪고 있는 전주 예수병원 문제도 심각합니다. 왜 이사회에서는 합법적인 절차를 어겨가며 정관을 변경하고 병원장의 임기를 연장하고 총회 산하기관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무리수를 두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사회에서는 사유화 의혹을 부인하며 사유화 의지도 없고 사유화 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특정세력이 장기간 재정과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으면 그것이 곧 사유화입니다. 예장뉴스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총회 산하기관에서 떨어져 나가 사유화 된 기관이 수두룩합니다. 포항 선린병원, 안동 성소병원, 부산 일신병원, 광주 기독병원, 기전대학 등.
흔히 공공예산 중에서 ‘눈먼 돈’에 욕심을 내고 달라붙듯이 교회의 공적 재산에 욕심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년에 우리 노회에서는 이름난 대면 다아는 서울의 대형교회 이름을 앞에 딴 교회의 목사님이 개척하여 10년을 목회하다가 문을 닫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의 재산을 개인적으로 처리하여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목사가 개척할 할때 개인적인 사재를 들였을 지라도 떠날때는 몸만 가야하는 데 아에 문을 듣고 공공재산을 개인적으로 처분하고 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단속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총회에서도 선교사들로부터 물려받은 학교나 병원들이 그러니 뭐 할말도 없습니다. 이렇게 공공재산이 사사화되고 있는 데도 누구도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3. 한국교회 공신력의 실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종교별 신뢰도 조사를 하면 늘 꼴찌입니다. 목사들의 학력 위조, 논문 표절, 성추문, 재정 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의 엽기적인 자녀 학대 살해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러면서도 교회가 신뢰를 잃지 않고 성장한다고 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요. 젊은이들이 헬조선에서 탈출하려고 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탐욕에 물든 교회를 불신하며 떠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즈음에 서해대 문제도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삼십 년 동안 서해대 관련 주요 쟁점은 늘 똑같았습니다. ‘빼앗긴 학교를 되찾아 와야 한다!’ 호남기독학원에서 되찾아 와야 하고 교육부에서 되찾아 와야 하고, 지금도 역시 되찾아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런 강경 분위기를 거슬려서 다른 주장을 펼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십시오. 학교를 되찾아 와서 어떻게 되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를 군산노회에서 경영한 이후로는 부정과 부패, 재정과 인사 비리, 총장 이사장 구속의 추한 역사만 되풀이 되었습니다.
기독교학교로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보다는 하나님 이름에 먹칠을 하고 기독교 이미지를 실추시켜서, 선교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학교를 파행적으로 이끌어온 당사자들은 자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사회 앞에서 노회가 회개해야 합니다. 교회나 학교나 사적 탐욕에 물들면 안됩니다. 학교를 되찾아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학교를 잘 꾸려서 자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하나님과 교회에 영광을 돌릴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학교와 교회가 동반 성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없이 학교를 되찾아오면 과거의 수치스런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저는 이 모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노회 총대를 바르게 뽑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욕에 물든 사람을 총대로 뽑아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내버려두면 거기서부터 부패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총대 선거에서 세 가지 정도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노회 전체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는 대의성입니다. 교회 규모, 전입 서열, 나이, 학연, 지연 등에 얽히지 말고 골고루 총회에 진출해서 노회를 대변하고 한국교회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로 민주적인 선출 절차입니다. 자유롭게 후보 등록을 하고 일정한 검증 절차(예를 들면 정견 발표나 토론회 등)를 거친 후 모든 노회원들의 투표를 통해서 선출해야 합니다. 셋째로 사후 활동보고입니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보고를 하듯이 총회에 가서 무슨 일을 했는지 노회원들에게 밝혀야 합니다. 인선과정에 참여했으면 어떤 이유로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 정책 결정에 참여했으면 왜 그렇게 했는지 노회원들이 알아야 합니다. 정기노회시 왜 총대 사업보고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원칙은 노회를 대표해서 파송한 학교나 병원, 기관 이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개인 자격이 아니라 노회를 대표해서 활동한다면, 노회를 대표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부패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배경으로 한 자본과 탐욕의 무한 질주, 그리고 교회에 침투해 들어오는 세속화의 물결을 막아내고 한국교회의 공신력과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노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교회와 노회문제를 방임하지 말아야 합니다. 총대 자리를 감투처럼 여기고 ‘이방인의 집권자처럼(막 10:42)’ ‘거짓의 아비처럼(요 8:44)’ 행세하며 탐욕에 물든 자를 배제하고, 충성스럽게 노회원들의 입과 손발이 되어줄 자를 선출할 때 한국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공공신학과 선교적 교회론에 관한 독서를 하면서 이런 확신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노회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는데, 전혀 이해관계가 없이 원론적인 주장을 펼쳤을 뿐입니다. 총대에 출마하신 분들께 부담지우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괜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