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독교사 참관기

       치앙마이 아시아 기독교사 세미나에 다녀와서

김흥수 |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목원대학교 교수와 기독교사상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년 전 아시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신학교들을 방문하고 교회사가들을 만난 적이 있다. 아시아인들의 기독교사 연구는 20세기에 들어서서 인도와 동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인도의 교회사가들은 1935년 인도교회사학회(The Church History Association of India)를 조직하였다. 이것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조직된 교회사 학회이다. 일본에서 교회사 학회가 조직된 것은 인도보다 늦지만, 일본학계는 사에키(佐伯好郞) 박사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경교 연구를 주도해왔다.

아시아에서 박사학위를 가진 교회사학자를 가장 먼저 배출한 나라는 한국이다. 백낙준(白樂濬)은 아시아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1927년 교회사가 라투렛(K. S. Latourette)의 지도로 예일대학교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였다. 그후 아시아지역 교회사 학자들은 아시아에서의 기독교 수용 이후 처음으로 싱가폴(1963년)과 홍콩(1975년)에 모여 아시아기독교사의 관점과 집필문제를 논의하였다. 오늘날도 아시아의 교회사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아시아기독교사를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 지역보다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예로 한국, 일본, 중국의 연구자들이 1999년 동북아기독교사학협의회를 조직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에서의 아시아기독교사 연구는 학술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홍콩 침회대학(浸會大學)의 학술지 「近代中國基督敎史硏究集刊」은 한어와 영어로 간행되는 중국기독교사 전문 학술지인데, 중국 이외의 아시아기독교사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2012년 처음으로 “亞洲基督敎史論壇”란을 마련하고 필자의 아시아여행기 In Search of the Historiography of Asian Christianity: Research Travels to Asian Countries를 게재했다. 도쿄에서 간행되는 영문저널 Asian Christian Review(2013년)는 “아시아 기독교의 역사편찬”(Historiography of Chrsitianity in Asia I)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아시아기독교사 연구 및 서술 방법에 관한 네 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 저널은 올해 한 번 더 남아시아, 동아시아, 환태평양 지역에서의 기독교 문제를 다루는 논문을 게재할 예정이다. 두 차례의 아시아기독교사 특집호에는 필자가 공동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기독교사 연구 붐은 한국에서도 일고 있다. 한국교회사학회의 학술지 「한국교회사학회지」(2014년 4월)는 아시아교회사 특집에서 다섯 편의 아시아기독교사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 학회는 2013년부터는 학술대회에서 아시아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기독교사 연구에 대한 정보 교환은 SNS를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동아시아기독교사 연구자들은 페이스북(Christianities in East Asia)에서 동아시아 기독교사 연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의 아시아기독교사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일은 새로운 학회의 조직과 활동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아시아기독교사 연구자들은 지난 2013년 1월 고베(神戶)에서 동아시아 그리스도교교류사 연구회를 조직하였다. 한국 연구자들은 그보다 앞서 2011년 5월 서울에서 아시아기독교사학회를 창립하였다. 아시아기독교사학회는 연구범위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시켜왔는데, 지난 8월 4-7일에는 일본그리스도교사학회,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와 함께 태국 치앙마이의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본 아시아에서의 종교간 관계 국제 세미나”(International Seminar on Historical Perspectives of Inter-religious Relationships in Asia: Challenges for the Churches and the Ecumenical Movement)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 학술대회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가들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태국의 연구자들도 참석하였다. 여기서 발표된 논문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태국에서의 종교간 협력과 갈등 문제를 다루었으며, 아시아기독교사를 배경으로 하는 자유 토픽도 있었다. 이 학술대회의 주제는 아시아기독교사학회가 정했는데, 힌두교와 기독교, 이슬람과 기독교, 불교와 기독교의 관계사를 통해 아시아기독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치앙마이 세미나는 아시아기독교사학회, 일본그리스도교사학회, CCA가 공동 주최했을 뿐만 아니라 세미나 경비도 세 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하였다. 이 세미나는 처음에는 베트남교회사를 공부하기 위해 베트남사회과학원 산하의 베트남종교연구소와 공동 주최를 계획했으나 베트남 측의 세미나 경비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치앙마이 세미나의 기조 강연은 원래 두 사람에게 부탁하였다. 한 사람은 존 잉글랜드(John C. England) 박사였다. 그는 뉴질랜드 사람으로 오래 전에 『아시아 기독교의 숨은 역사』(The Hidden History of Christianity in Asia: The Churches of the East before the year 1500)를 쓴 아시아교회사가인데, 아시아기독교사학회의 안교성 교수가 뉴질랜드 방문길에 그를 만나 발표를 부탁했으며, 그 후 CCA의 문정은 목사도 존 잉글랜드와 접촉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 인도의 역사가들을 소개해주었다.

또 한 사람은 아시아교회들의 에큐메니칼 운동사를 쓴 인도의 나이난 코쉬(Ninan Koshy) 박사였는데, 그는 우리 세미나 기간 중에 이미 선약이 있었다. 그는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사』(Ecumenical Movement in Asia)의 저자라서 기조 강연자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결국 기조 강연은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기독교 전문가 필립 위커리(Philip L. Wickeri) 박사에게 부탁하였다. 기조강연자를 결정하기까지 CCA의 문정은 목사와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했다.

치앙마이 세미나에는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과 기타 아시아 연구자들이 참석했는데,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발표자들은 CCA에서 초청하고 경비를 부담하였다. CCA 초청자들 중 일부는 아시아에서의 종교간 협력과 갈등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논문을 발표하였지만, 역사가들이 아니라서 그 주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발표자 선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에서 그 주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회사학자가 부족한 것과도 관련된 문제였다.

미얀마에서의 종교 갈등의 역사를 발표하기로 한 미얀마신학교(MIT) 총장이 갑작스럽게 참가를 취소한 것과 태국에서의 기독교와 불교 관계사 발표자를 늦게 접촉해서 논문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 것도 세미나 준비에서 아쉬운 점이었다. 아시아에서 자국 기독교사 연구가 가장 빈약한 지역은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같은 국가들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들 나라들에서의 기독교사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필자와 일본 측 참가자들은 이 모임을 평가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2년 동경 게이오대학에서 열린 동북아기독교사학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서울에서 조직된 아시아기독교사학회를 소개하면서 아시아기독교사학회는 아시아 전역의 기독교사를 연구하는 학회라는 점에서 동북아기독교사학협의회와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였다.

그후 동남아시아에서의 세미나가 구체화되면서 아시아기독교사학회는 일본그리스도교사학회 회원들의 참여를 요청하였으며, 세미나 경비를 부담할 경우 아시아기독교사학회, 일본그리스도교사학회, CCA가 세미나를 공동으로 주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런 조건에서 일본그리스도교사학회 회원들이 참가한 세미나였기 때문에 우리는 치앙마이 세미나에서 허심탄회하게 이 세미나를 평가하였다. 우리는 여러 나라 연구자들이 함께 모이는 이런 형태의 세미나는 아시아기독교사를 공부하는 데는 유익하다는 것, 그러나 세미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번 모임을 끝으로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그 대신 일본이나 한국 등의 교회사학회가 모일 때 아시아의 다른 나라 교회사가를 초청하는 식으로 아시아교회사가들의 학문적 교류를 계속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아시아 기독교사 연구자들의 학문적 교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시아기독교사 전문 학술지의 발행이 필요한데,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기독교사 전문학술지가 창간되기를 기대하면서 귀국 길에 올랐다.

예장뉴스

예장뉴스 관리자 계정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