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禧年)은 채권자에게는 기쁜 소식(福音)이 아니었다
허호익교수(포항동지상고, 연세대학교 신학과, 연신원, 대학원(신학박사:조직신학 전공), 장신대 신대원(M.Div.),연세대 백낙준 명예총장 비서, 대전신대(2019년 은퇴), 연세신학연구회 회장,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동창회 총무, 한국기독교학회 총무,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협의회 회장, 예장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 한기총의 신학 교수 172명 소송 대책위원장, 기독공보 논설위원, KNCC 교회일치위원회 위원, 한국조직신학회 회장, 봉화교회(원주통신훈련소) 군종사병, 서울 강동노회 목사 안수, 삼성교회 협동목사, 새벽교회 협동목사, 한남대학교회 협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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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채무탕감 정책과 성서의 희년 제도, "성경에도 50년마다 빚을 탕감해주었다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정부 차원에서는 채무 탕감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채 탕감 제도에 대해 “전 세계에 다 있다. ‘주빌리’라고, 성경에 보면 50년마다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의 종살이도 해결해줬다는 것이다”며, “문명사회에서는 한 번 빚을 지면 죽을 때까지, 심지어 상속까지 된다.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희년은 안식년(7년마다 한 번)이 7번 지난 뒤, 즉 49년이 지난 다음 해인 50번째 해에 해당한다. ‘희년’은 히브리어로 요벨(Yovel)인데, 이는 ‘뿔 나팔 소리’를 뜻한다. 이 나팔을 불어 자유의 기쁨을 선포하는 해라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현대 영어에서 ‘환희’나 ‘축제’를 뜻하는 주빌리(jubilee)라는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희년은 가난한 빚쟁이나 채무 노예에게는 기쁜 소식이었지만, 채권자나 노예 소유자에게는 ‘복음’이 아니었다.
레위기 25장의 희년 법에는 부채 탕감을 통한 토지 상환(23‐28절), 가옥 상환(29‐31절), 노예 해방(39‐55절)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가난한 채무자가 늘어나며, 빚을 갚지 못해 노예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희년에는 토지나 가옥이 채무로 인해 소유가 이전된 경우,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확대 가족)이 값을 치르면 원소유주에게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상환 능력이 없을 경우, 희년이 되면 무상으로 빚을 탕감하고 원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게 하였다. 당시의 부채는 주로 토지와 가옥이었으므로 그 소유권을 넘기게 한 것이다. 이러한 희년 제도를 통해 대지주의 토지 독점을 막고,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재조정하며, 다음과 같은 성경의 경제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기 식량대로 거두었다” (출애굽기 16:17‐18)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들어가 차지할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시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게 하라” (신명기 15:4)
희년 정신에 따른 세계의 부채 탕감 운동
희년의 정신은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어 왔다. 1990년, 아프리카 교회위원회는 아프리카의 국가부채 탕감을 촉구했고, 이에 1996년부터 각국 NGO, 종교 및 인권 단체들이 동참하여 ‘주빌리 2000(Jubilee 2000)’이라는 국제 연대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는 세계 최빈국의 부채를 탕감하고,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자는 운동이었다.
2014년 1월에는 금융의 중심지 미국 월가에서 독특한 부채 탕감 운동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 Occupy Wall Street)는 2012년 11월부터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해 서민의 빚을 소각하고 있다. OWS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4년 1월 6일 기준, 시민들로부터 67만 7,552달러(약 7억 1,481만 원)를 모아, 1,473만 4,569달러(약 155억 4,497만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탕감했다.
국내의 주빌리 운동과 이재명 대통령
한국에서도 부채 탕감 운동은 존재했다. 2015년 8월 출범한 주빌리은행은 금융회사의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개인 채무를 탕감한 비영리 법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2014~2018년) 시절 공동은행장으로 참여했다. 이 은행은 금융사의 장기 연체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매입한 뒤, 연체된 채무자가 원금의 7%를 상환하면 나머지를 전액 소각했다. 당시 재원은 금융사로부터 기부받은 부실채권과 기업 후원금 등으로 충당되었다.
이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업무 협약을 맺으며 사업이 확장되었고, 지금까지 약 5만 1,500명, 8,100억 원(원리금 기준) 규모의 부실채권을 소각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성경의 희년 정신에 따라 부채 탕감 운동에 참여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이 모델을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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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와 사회경제적 정의
많은 이들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지만, 대통령은 이에 대해 “능력이 되는데 안 갚는 사람, 진짜 있더라. 극소수다”며, “그런 몇몇 사람들 때문에 압도적 다수가 7년 동안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어 경제생활을 하지 못한다. 어차피 못 갚는 빚을 정리해주면 안 된다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겠나? 인도적으로 바람직하겠나? 채권자 입장에서 그 장부를 관리하면서 따지는 비용이 더 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위기 당시 정부 대응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는 국가가 돈을 써서 위기를 넘겼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에게 돈을 빌려줬다. 결국 개인이 빚쟁이가 된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부채 탕감과 특별 사면의 유사성
부채 탕감과 특별 사면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에는 큰 반대를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정치범이나 모범적 수감자를 사면하고 공민권을 회복시켜 정치 활동을 가능하게 하듯이, 가난한 이들의 악성 부채를 탕감해 신용을 회복하고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일도 필요하다. 희년의 정신은 부채 탕감과 특별 사면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