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삼마=임마누엘

요즘 나는 나름 의미있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름 아니고 연로하신 우리 시대의 영웅 한 분에 대한 일대기를 집필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내년 초에 출간될 예정이다. 책의 주인공은 올해 아흔여섯이신 이창건(李昌健) 박사다. 4년 뒤에 상수(上壽)에 이를 정도로 연로하신 그분이 살아온 지난 한 세기는 다른 연로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다사다난,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북 태생이신 그분은 중학생 때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에 정착, 미션스쿨인 배재중학(구제 6년제)을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문제는 입학 10개월 만에 6‧25전쟁이 발발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군에 입대하는 대신, 일본 도쿄 연합군최고사령부(GHQ/SCAP) 정보본부 산하 특수부대인 KLO(Korea Liaison Office)의 게릴라 요원으로 들어가 북파공작 요원들과 교신하거나 직접 북한에 침투하기도 하는 등 목숨을 내건 위험천만한 세월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지속해 왔다.
그의 인생의 변곡점이 된 것은, 거리에서 우연히 대학 선배를 만나면서였다고 한다. 원자력 전문가였던 그 선배는 전기공학도였던 그에게 원자력 공부를 같이하자면서 자신이 이끄는 스터디그룹으로 그를 영입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인생은 원자력을 빼고는 존립할 수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마크-II의 초기 운전 요원이 되기 위해 미 국립연구소로 연수를 갔다 왔으며, 한국원자력연구소(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신)에서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출중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원자력 관련 국제 학회의 회장을 지냈는가 하면, 원자력 관련 국제특허까지 몇 건 확보할 정도로 성공적인 연구원 생활을 지냈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비롯해 수많은 원전의 부지 선정부터 설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주요 공정에 참여하였다. 가장 값싸고 청정한 전력원으로서의 원전 공법을 토대로 아랍에미리트와 체코에 수십조 원전 규모의 원전 수출을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원전 국가의 반열에 오르는 데 기여한 점도 그의 업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바쁜 와중에도 신앙생활을 철저히 해온 점이다. 미션스쿨 출신답게 청년기부터 그리스어 성경책을 독파했는가 하면, KLO 요원 시절엔 부적(?)의 일종으로 왼쪽 가슴 호주머니에 영어 성경책을 꼽고 다녔다고 한다. 그 덕분인가? 북에 침투했다가 가벼운 부상만 입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노라고 뇌이곤 한다. 지금 그분은 송파구의 한 여고 강당을 빌려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교회에서 강당을 지어 학교에 헌납하고 그 강당을 쓰며, 연보의 절반을 구제에 쓰는 등 마모니즘(Mammonism)에 빠지지 않은 교회 시책이 맘에 들어서라고 한다.
요즘도 매일 새국제역(NIV) 성경을 읽으며, 습관처럼 그리스어 주기도문을 외운다는 그분의 생애를 보건대, 말 그대로 ‘여호와삼마’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기적의 연속이다. “여호와께서 거기에 계신다”라는 뜻으로 구약성서 에스겔서 48장 35절에만 딱 한 번 나오는, 회복된 예루살렘 성읍의 이름이기도 한 ‘여호와삼마’는, 히브리어로 ‘여호와’는 ‘여호와’, ‘삼마’는 ‘거기에’라는 뜻으로, 합쳐서 “여호와께서 거기에 계신다”는 의미가 된다, 하나님의 임재(臨齋)를 강력하게 설파하는 단어인 셈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영광이 떠났던 예루살렘에 다시 하나님의 영광이 돌아왔음을 상징하며, 그곳에서 성도들과 하나님이 항상 함께 계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우리가 자주 읊조리는 ‘임마누엘’ 역시 히브리어로 “우리와 함께 계신 하나님”이라는 뜻이며, ‘임마누(עִמָּנוּ)’와 ‘엘(אֵל)’이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라고 한다. ‘임마누’는 ‘우리와 함께’를, ‘엘’은 ‘하나님’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호와삼마와 임마누엘은 닮은꼴 단어인 셈이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림절을 지나 성탄절과 제야를 지내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새해에도 그분과 그분 가정, 나와 우리 집,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삼마의 하나님’,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